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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 투자절벽 돌파구는 유럽?… 해외 공동제작 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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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09.08 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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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5억 유로 투자·한-이 공동제작 협정
제작비·세제혜택·유럽 배급망 확보 기대
IP·판권·편집권 등 제작 주도권은 과제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국내 영화 투자가 얼어붙은 가운데 유럽 자본과 지원제도를 활용한 국제 공동제작이 한국영화의 새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와는 대규모 투자 협력을 확대하고 이탈리아와는 양국 공동제작을 위한 별도 협정을 체결하면서 한국 제작사들이 유럽 자금과 배급망에 접근할 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이 열리는 생폴드방스 매그 재단에서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이 열리는 생폴드방스 매그 재단에서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불 5억 유로 투자… 공동제작 틀에 ‘금융·유통’ 더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프랑스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을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가 향후 5년간 각각 5억 유로(약 8000억 원)를 자국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하는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양국은 별도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콘텐츠 제작부터 투자, 유통까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한불 공동제작의 제도적 토대는 이미 마련돼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2006년 영화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공동제작 영화는 양국에서 각각 자국 영화에 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파트너십은 여기에 정책금융과 유통 협력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 투자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이런 구조의 활용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 제작사가 프랑스 제작사와 손잡아 제작비를 조달하고 현지 지원제도와 유럽 배급망을 함께 활용하는 식이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조차 국내 투자를 구하지 못해 넷플릭스 투자로 제작될 정도로 한국 영화계의 투자 절벽이 심화하면서 제작비 조달처를 해외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와는 공동제작 문턱을 한층 낮췄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알레산드로 줄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이번 서밋에서 ‘한-이탈리아 영화 공동제작 협정’에 서명했다.

기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문화협력의정서를 활용하려면 한국과 EU 회원국 최소 2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반면 새 협정에 따라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만 참여한 작품도 공동제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공동제작물로 인정되면 각각 자국 영화로 취급돼 지원금과 세액공제, 영화 관련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제작 인력과 장비 이동도 수월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뤼메이르 서밋'에서 최휘영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알레산드로 줄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을 만나 '한-이탈리아 영화 공동제작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고 8일 밝혔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뤼메이르 서밋'에서 최휘영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알레산드로 줄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을 만나 '한-이탈리아 영화 공동제작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고 8일 밝혔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완성작 수출에서 ‘공동 금융·공동 제작’으로

영화계에서는 국제 공동제작이 단순히 외국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을 넘어 제작금융을 다변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한 제작사가 모든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여러 국가의 제작사가 비용을 분담하고 각국의 공공지원과 세제 혜택을 함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작품의 해외 배급·판매 통로를 제작 단계부터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자본으로 영화를 만든 뒤 해외에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해외 제작사와 자금·권리·배급망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만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 공동제작은 자금 조달처를 넓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유럽 제작사와 초기 단계부터 함께할 경우 현지 지원금이나 세제 혜택뿐 아니라 배급망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 자본이 한국영화의 투자난을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동제작 비율에 따라 지식재산권(IP)과 해외 판권, 수익 배분이 달라질 수 있고 제작 과정에서 창작·편집의 주도권을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하다.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국내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해외자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정작 한국 제작사의 권리가 약해질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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