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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밈코인 '더 큰 바보 이론' 결정체"…가상자산 신뢰 추락 우려도

양지윤 기자I 2025.01.22 10:27:21

트럼프 부부 밈코인, 이해충돌 논란 가열
수 십개 복제 코인 출시 등 부작용 나타나
"가상자산 업계 부정적 이미지…오히려 독"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나란히 밈 코인(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상자산) 출시한 것을 두고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공식 밈코인인 $TRUMP를 발행하는 웹사이트의 홍보물(사진=갯트럼프밈스닷컴)
21일(현지시간) NBC뉴스는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를 테마로 한 밈 코인이 트럼프 가족에게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안겨줬으나 이해 상충과 외국 정부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임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각각 ‘오피셜 트럼프’와 ‘멜라니아’ 밈 코인을 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매우 특별한 트럼프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TRUMP’를 획득하라”며 밈 코인 출시 소식을 알렸다. 출시 당시 20센트 미만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코인은 지난 19일 74.34달러까지 오른 후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인 19일 멜라니아 여사가 밈 코인을 발행한 탓이다.

트럼프 밈 코인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멜라니아 밈 코인으로 몰리면서 단숨에 시가총액이 10억달러를 훌쩍 넘기도 했다. 이 여파로 트럼프 밈 코인은 반 토막이 나기도 했다. 멜라니아 코인도 한때 13달러 넘게 오른 뒤 3분의 1토막이 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부부 밈 코인이 출시하자마자 시중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었던 건 트럼프 대통령이 리플과 비트코인 등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고 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투기성이 강한 밈 코인 사업을 트럼프 일가가 직접 운영하면서 이행충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밈 코인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코인 유통량의 80%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이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의 계열사 파이트파이트파이트와 CIC 디지털이 보유하고 있다. 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이 상당 부분 트럼프 그룹에 귀속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트럼프 부부의 밈 코인이 내재적 효용 없이 패러디나 농담 등에 기반해 만들어지는 투기적 성격의 가상자산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와 멜라니아의 밈 코인은 뒷받침하는 기초 현금 흐름과 같은 자산이 없어 이를 소유한 투자자들은 코인 구입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밈 코인 판매를 “특정 시점에 누군가가 기꺼이 지불할 의시가 있는 금액에 의존하는 자산”이라며 “더 큰 바보 이론 투자(greater fool investing)의 결정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부부의 밈 코인 출시가 가상자산 업계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밈 코인은 공식적인 투자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가 거의 없고, 누구든지 무료로 아무 이름으로든 출시할 수 있다. 코인마켓캡 등 코인 거래 플랫폼에는 이미 수십 개의 복제 코인이 올라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가상자산 연대기 작가인 몰리 화이트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부부의) 밈 코인 출시가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산업을 더욱 합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 사람들의 희망을 산산조각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산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산업을 단순한 현금 강탈로 보고 가상자산이 나쁜 이미지를 얻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밈 코인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특수 이익집단과 외국 정부에 악용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백악관 홍보 책임자였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이제 전 세계 누구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 미국 대통령의 은행 계좌에 돈을 입금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밈 코인 사건은 가상화폐 산업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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