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나스닥 간 디커플링, 달러 신용경색 경고등“

이정훈 기자I 2026.02.18 13:42:23

코인거래소 비트멕스 공동창업주 아서 헤이즈 전망
”법정화폐 신용여건에 가장 민감한 비트코인이 선제 경고“
”나스닥은 AI가 초래할 일자리 감소 및 신용 악화 반영 못해“
”지식노동자 7210만명 중 20%만 실직해도 은행 800조원 손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나스닥100지수가 상승과 횡보를 반복하는 가운데서도 유독 비트코인 가격만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앞으로 닥쳐올 달러 신용경색(=유동성 가뭄)을 선제적으로 경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창업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멕스(BitMEX) 공동창업주인 아서 헤이즈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서브스택(Substack)에 올린 ‘This Is Fine’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역사상 최고가인 12만6080달러를 기록한 뒤 반토막 수준인 6만9000달러까지 하락 추세를 이어온 반면, 나스닥100지수는 대체로 횡보해 왔다”며 “이 같은 괴리는 인공지능(AI) 발전 속의 일자리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결국 달러 신용 경색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헤이즈는 “비트코인이 법정통화 기반 신용 여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유동성 악화를 가장 먼저 반영한다”면서 “아직 전통 주식시장이 인식하지 못한 경고 신호를 비트코인이 먼저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스닥은 AI가 촉발하는 화이트칼라(지식 노동자) 일자리 대체의 물결이 결국 소비자 신용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연체·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아직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헤이즈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커(Claude Cowork)’와 같은 AI 도구가 인간이 몇 시간 또는 며칠 걸려야 할 일을 몇 분 만에 안정적으로 끝낼 수 있다면, 왜 그렇게 많은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생산성 구독이 필요하겠느냐”고 썼다.

또한 그는 블랙록(BlackRock)의 iShares 소프트웨어 ETF가 나스닥 전반 대비 부진한 점을 언급하며, 다음 국면에서는 기업(소프트웨어)보다 노동자 자체가 타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는 곧 그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AI로 인해 지식 노동자 7210만명 중 20%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가정 하에, 이들이 보유한 소비자 신용 약 3조7600억달러를 바탕으로 미국 상업은행이 소비자 신용 손실 3300억달러, 모기지 손실 2270억달러를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둘만 합쳐도 원화로 8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손실 규모다.

그러면서 헤이즈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가리키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언급하며 “이것이 바로 은행 위기가 팍스 아메리카나의 경제를 완전히 멈춰 세우는 방식”이라고 결론 지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이 미끄러지는 와중에 금값이 급등하는 것은 팍스 아메리카나 내부에서 디플레이션 성격의 위험회피(리스크오프) 신용 이벤트가 나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이벤트가 현실화되면 연방준비제도가 결국 은행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해 돈을 찍어(유동성을 공급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헤이즈의 경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가상자산 펀드 운용사 머클트리캐피탈(Merkle Tree Capital)의 라이언 맥밀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괴리는 지켜볼 만하지만, 확정적인 경보가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나스닥과 분리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지만, 달러 유동성 감소가 그에 대한 “그럴 듯한 부분적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역레포(Reverse Repo) 시설을 축소(유동성 흡수)해온 결정을 그 근거로 들었다.

다만 그는 4년 주기(사이클) 역학, 10월 사상 최고가 이후의 차익 실현,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교착, ETF 자금 흐름 패턴 등 비트코인시장이 맞고 있는 4가지 악재도 거시 유동성 신호와는 별개로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맥밀린 CIO는 “AI 파괴론의 시나리오는 지적으로는 일관되지만, 단기 파괴가 진행되는 속도를 과장한다”고 말했다. 헤이즈의 모델은 지식 노동자의 20%가 충분히 빠른 속도로 실직해 대출 부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상황을 전제로 하지만, “노동시장은 그렇게 깔끔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방향성의 우려가 틀린 것은 아니다”며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은 이미 현실이고, SaaS 밸류에이션은 압박받고 있으며, 소비자 신용의 질이 점진적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타임라인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