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유럽에 드론 핵심 부품 수출 제한…우크라에 '불똥'

방성훈 기자I 2024.12.10 10:11:53

부품 판매 제한·출하 중단…“새해 대규모 제재 전초전”
러와 전쟁중인 우크라에 직격탄…"방위에 필수"
대만 美드론 대량 구매·유럽과 기술 논의도 영향
"中, 치밀한 계산…서방, 공급망 中밖으로 이전중"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무인기(드론) 핵심 부품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이 추가로 내놓은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에 따른 보복으로,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사용하기 위해 조립·생산하고 있는 드론. (사진=AFP)


◇부품 판매 제한·출하 중단…“새해 대규모 제재 전초전”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 드론 제작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판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모터, 배터리, 비행 컨트롤러 생산업체들은 미국 및 유럽 기업들에 대한 납품 수량을 제한하거나 출하를 완전히 중단했다. 전략 및 국제 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상업용 드론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일 취임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일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국산 제품뿐 아니라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된 것도 규제 대상으로 삼았으며, 중국의 반도체 기업 24곳, 장비업체 100여 곳 등 총 140곳을 제재 리스트에 신규 추가했다.

중국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복에 나섰다. 우선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등의 대미 수출을 금지했다. 또 이중용도 품목을 미군 사용자에게 수출하거나 군사 목적으로 수출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중용도 품목은 민간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등 군사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는 상품·기술·서비스를 뜻한다.

소식통들은 “중국이 새해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범위한 드론 부품 수출 제한의 전초전(prelude)”이라며 “이번 규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품 용도에 따라 라이선스 승인의 형태가 될 수 있으며, 기업이 정부에 선적 계획을 통보하는 등 보다 완화된 요건이 요구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피해자는 우크라이나다. 여전히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자금과 무기가 부족해 드론을 적극 활용해 왔다. 이제 드론은 러시아와 전략적·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위에도 필수적이다.

대만이 드론 기술과 관련해 미국, 유럽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만 외무장관은 지난달 대표단을 이끌고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드론 기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대만은 또 지난달 미국산 대전차 자폭드론 1000대를 도입했으며, 1000대를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다. 러시아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좇아 중국을 겨냥해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자원 지원·제공 이유로 지난 5일 미 기업 13곳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여기엔 GPS나 원격 조종사 없이 작동이 가능한 드론 제조 스타트업 실드AI(Shield AI)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는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다. 엉뚱하게 우크라이나로 불똥이 튄 셈이다.

우크라이나에 드론 및 드론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오터린(Auterion)의 로렌츠 마이어 최고경영자(CEO)는 “2~3일마다 판매 제한 또는 중단 얘기가 들려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제한으로 확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우려했다.

◇서방, 中외부로 공급망 이전…“한·일엔 기회 될수도”

블룸버그는 저렴한 드론 장비를 대량 생산하는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허브’지만, 서방 드론 제조업체들은 중국 외부로 공급망을 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군 조종사 출신으로 여러 드론 회사를 창업한 제임스 얼은 “중국산 드론 부품을 사는 것은 더이상 서방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의 (드론 부품 판매) 제한은 이미 진행 중이었던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미 정부는 중국의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자국 기업들과 대체 공급원을 모색하는 등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미 국방부 역시 중국 인민군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중국 드론 제조업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에서 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키건 맥브라이드 연구원은 “중국의 드론 부품 수출 제한은 한국, 일본 또는 다른 지역의 공급업체와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엄격하게 시행할 것인지 명백히 계산된 보복 조치”라고 평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