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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속 이온 움직임처럼 보이는 '가짜신호' 원인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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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기자I 2026.09.07 1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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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표면 굴곡이 이온 이동처럼 보이는 측정 오류 원인 밝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배터리 속 이온이 움직였다는 신호가 실제로는 표면 때문에 착시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홍승범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육종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 최남순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배터리 나노 분석 과정에서 실제 이온 이동으로 오인할 수 있는 측정 오류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KAIST 연구진.(왼쪽부터)최남순 교수, Dongyan Chen 박사과정, 홍승범 교수, 육종민 교수.(사진=KAIST)
KAIST 연구진.(왼쪽부터)최남순 교수, Dongyan Chen 박사과정, 홍승범 교수, 육종민 교수.(사진=KAIST)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리튬이나 나트륨 이온이 내부를 오간다. 이온이 얼마나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하는지는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더 좋은 배터리를 개발하려면 이온이 내부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분석하는 기술 중 하나가 원자힘현미경을 기반으로 한 전기화학 변형 현미경(ESM)이다. ESM은 탐침으로 배터리 소재 표면을 훑으면서 이온이 움직일 때 소재에 생기는 미세한 변화를 측정해 이온의 이동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배터리 소재의 표면이 울퉁불퉁할 경우 실제 이온이 이동하지 않아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실제 이온 이동으로 판단하면 이온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가짜 신호’가 왜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온이 이동하지 않는 단결정 실리콘 표면에 일부러 미세한 홈을 만들었다. 이온은 움직이지 않지만 표면만 울퉁불퉁한 실험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표면의 높낮이가 변하면 현미경 탐침과 시료가 맞닿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것만으로도 실제 이온 이동과 비슷한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같은 현상은 실제 배터리 소재에서도 나타났다. 연구팀이 흑연 음극과 나트륨 고체전해질을 분석한 결과, 표면 모양에 따라 ESM 신호가 달라졌다. 특정 소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하는 현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배터리 소재의 표면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르곤 이온 빔을 이용해 시료 단면을 정밀하게 다듬는 냉각식 단면 연마기를 사용했다.

아르곤은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시료의 성질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표면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데 활용된다.

그 결과 표면의 거칠기가 크게 줄면서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발생하던 측정 오류도 감소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자동차가 달릴 때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처럼 배터리 소재 표면에 높낮이가 있으면 이를 훑는 현미경 탐침이 시료와 맞닿는 정도도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이온의 움직임과 비슷한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배터리 소재를 이루는 작은 결정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경계인 ‘입계(grain boundary)’에서 나타나는 신호에 주목했다. 여러 개의 타일을 붙였을 때 타일과 타일 사이에 경계선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기 전에는 이 입계에서 ESM 신호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표면을 다듬은 뒤에는 신호 증가가 사라졌다. 이는 기존에 ‘이온이 잘 이동하는 통로’로 해석될 수 있었던 일부 신호가 실제 이온 이동 때문이 아니라 표면의 높낮이 때문에 나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는 배터리 나노 분석에서 측정 오류가 왜 발생하는지를 실험으로 밝히고, 배터리 소재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는 방법으로 오류를 줄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방법이 리튬이온전지는 물론,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전지와 리튬 대신 나트륨 이온을 사용하는 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소재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승범 교수는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표면의 높낮이가 측정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며 “배터리 속 이온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 메서즈(Small Methods)’에 지난 6월 11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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