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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육감은 “그간 경기교육가족은 물론이고 시도교육감과 대학,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관계자를 만나면 대학입시 개혁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필요성을 말하고, 방향에 공감했다. 하지만 대학입시 문제는 추진하겠다고 한 사람은 망한다는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그래서 경기도교육감에게 대입 문제를 주도적으로 완성할 권한은 없지만,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 위해 이번 제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도교육청이 발표한 대입제도 개혁안은 크게 내신, 수능, 대입전형 세 가지로 나뉜다. 2026학년도 중학교 입학생들부터 내신 체제를 바꿔,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32학년도 입시부터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 목표다.
◇내신-서·논술형 평가 확대, 3단계 채점 시스템 구축
경기도교육청은 내신 평가에 있어서 과도한 경쟁 유발과 줄세우기식이라는 지적을 받는 현행 1~9등급 상대평가 방식을 폐지하고, 5단계(A·B·C·D·E) 절대평가 전면 시행을 제안했다.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등 역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2026학년도 중학교 1학년 입학생부터 서·논술형 지필평가를 도입해 2032학년도 수능까지 순차적으로 전 중·고교 전 학년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논술형 내신 평가에 대한 신뢰성 문제의 답으로는 3단계 채점 지원 체제 구축을 내놨다. 먼저 1단계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채점에 이어 2단계 과목 교사 채점을 거쳐 필요시 평가전문교사단의 표집 채점 및 보정을 통해 신속·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교사별 역량이나 학교·지역별 편차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된 학교생활기록부 입력도 학생이 도달한 역량 중심의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개선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가칭)‘학생 역량 중심 디지털 성장 기록표’를 제공해 본인의 역량 도달도 및 평가 결과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나이스와 연계되는 (가칭)‘학생역량 중심 자동 기록 시스템’의 국가 차원 개발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능-5단계 절대평가 전환, 영어 듣기평가 전면 폐지
내신과 마찬가지로 수능에도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한 5단계 절대평가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현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현행 국어·수학·탐구 9등급 상대평가와 그 외 9등급 절대평가 및 선택과목제를 폐지하고 전 영역에 5단계 절대평가를 도입해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5지선다형 및 단답형식 평가문항도 전 영역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안도 제시됐다. 2026학년도 중학교 입학생들이 중·고등학교 6년간 쌓은 창의적 사고력과 분석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채점은 내신과 유사한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AI 기반 채점 시스템, 2단계 수능 전문 평가단 운영을 통한 채점을 거쳐 마지막 3단계 검증 체제로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개혁안에는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충분한 채점기간 확보와 수능의 자격시험 전환을 위해서 수능 시험 시점을 현 11월에서 9월로 앞당기는 내용이 담겼다. 수능을 9월에 치르게 될 경우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까지 반영돼 후술할 수시와 정시 통합전형 운영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항공기 이착륙 전면 금지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학교별 방송시설 환경 편차와 돌발상황 발생 등으로 수능 때마다 민원이 뒤따르는 3교시 영어 듣기평가를 전면 폐지하자는 내용도 개혁안에 담겼다.
◇대입전형-9월 수능, 수시·정시 통합
앞서 설명된 것처럼 수능을 9월로 앞당길 경우 현재 별도 전형으로 치러지는 수시와 정시를 통합할 수 있게 된다. 9월 수능→10월 말~11월 초 고3 내신평가→11월 3~4째주 학교생활기록부 마감 및 전송→12월 초 수능성적표 제공 등 일정을 거쳐 12월 중순 수시·정시 통합전형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수시·정시 통합전형은 합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 불필요한 지원 횟수를 줄이고, 대학 선발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대학총장협의회, 교육부 및 국가교육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이같은 대학입시 개혁안에 대한 협의를 올해 안에 진행할 예정이다. 또 관련 설문조사와 실질적 대상이 되는 교사·학생·학부모 토론회 및 설명회 등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갈 방침이다.
임태희 교육감은 “대학입시 문제는 이렇게라도 추진하지 않으면 계속 뒤로 미루게 된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제기해서 꼭 추진해 보고자 한다”며 “여건이 안 되는 것은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방법이 안 되는 것은 차장보고, 막연한 의구심은 데이터 기반으로 설득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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