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AI·로봇 시대, 노동의 새 계약이 필요하다 [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현아 기자I 2026.05.03 16:37:03

AI 확산이 키우는 성장과 격차
정책은 여전히 과거 틀에 머물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노동절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은 ‘친노동=반기업’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대화와 상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갈등 완화라는 메시지는 의미가 크지만, 핵심적인 질문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노사 관계의 태도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변화시키는 노동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변화에 따른 긴장도 감지된다. 현대자동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등 차세대 로봇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고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생산 공정 전반으로 로봇 적용이 확대될 경우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약 15%)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증가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실을 주주와 노동자, 협력사 중 어디까지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AI 확산, 성장과 함께 확대되는 격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AI 도입 수준이 높은 산업일수록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중간 임금층보다 고임금과 저임금 양쪽으로 변화가 집중되는 ‘양극단 확대’ 현상이 관찰됐다.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의 평균임금 상승률은 연 3~5% 수준으로, 낮은 산업(1~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업과 금융·보험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반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AI는 전체 임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산업 간 격차를 확대하는 이중적 영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별 영향도 차이를 보인다. 서비스업에서는 AI 도입 이후 고객 분석, 자동화, 개인화 서비스 등이 매출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확인되지 않거나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로봇과 자동화 확산이 진행되면서 생산 효율은 높아지는 반면, 노동 구조 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정책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KISDI 분석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중 정부 전략과 높은 연계성을 보이는 비중은 12.73% 수준에 그쳤다.

이는 부처별 분절된 기획 구조, 단기 성과 중심 과제 선정, 전략의 정량화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국가 전략과 실제 투자 간의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노동 개념의 변화와 구조 전환

로봇과 AI가 결합된 ‘에이전틱 AI’의 확산은 노동 개념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계획, 실행, 일부 의사결정까지 AI가 수행하는 영역이 확대되면서 노동 구조가 재편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노동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시간을 투입해 직접 작업을 수행하고 임금을 받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AI를 설계·관리하고 결과를 통제하는 역할이 중심이 되고 있다.

또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사람이 검토하는 형태가 늘어나면서 노동의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밤새 일하는 로봇 때문인지 시간 중심의 평가보다 성과와 효율 중심의 기준이 강화되는 흐름도 나타난다.

기술 집중과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

또 다른 변화는 시장 구조다. AI와 로봇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 플랫폼, 인프라를 보유한 소수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구글, 오픈AI,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도 기술 기업 중심의 영향력 집중이 강화될 수 있다. 한국 경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핵심 기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기술 집중이 심화될수록 산업 편중 역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그 성과가 광범위하게 분배되지 못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국내 기업들이 AI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개별 기업의 성장 둔화를 넘어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 약화, 일자리 감소, 세대 간 소득 격차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이에 따라 AI 시대에는 초일류 기업 육성과 함께, 이들이 창출한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환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지고 있다.

AI 시대, 분배와 제도 재설계 논의 필요

이처럼 AI·로봇 시대의 노동은 과거 구조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새로운 전환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친노동과 반기업의 이분법을 넘어, ‘인간 노동 이후의 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발전을 어떻게 경제 성장으로 이끌 것인가는 물론이고, 그 성과를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