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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대미투자 첫발 뗀다…"원전·알래스카는 시간 두고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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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9.07 10: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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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 6.3GW 가스발전단지 건설
사업비 168억→200억→223억달러 증액
첫 I-SPV 운영계약안도 의결…후속사업 선례
원전은 주도권, 알래스카는 사업성 쟁점

[이데일리 김상윤 공지유 기자] 대미투자 관련 심의기구인 한미전략투자 운영위원회가 7일(현지시간) 223억달러(약 30조원) 규모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 프로젝트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의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첫 투자사업과 함께 전체 전략투자를 관리할 투자 특수목적법인(I-SPV)의 운영계약안도 의결하면서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대미투자 양해각서(MOU)가 실제 투자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다만 엔시날 프로젝트의 사업비가 최초 검토 당시보다 30% 넘게 불어난 데다 한미가 개별 프로젝트의 수익과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정산할지를 놓고 막판까지 이견을 보여온 만큼 최종 투자 구조가 관건이다. 특히 당초 여러 프로젝트의 수익을 한데 모아 손실 위험을 분산하도록 설계했던 ‘리스크 풀링(risk pooling)’ 원칙이 I-SPV 운영계약에 그대로 반영됐는지가 주목된다.

미국이 지난달 제안한 미국 내 대형원전 건설 포괄적 프레임워크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이날 의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엔시날 사업과 I-SPV 운영계약안을 우선 의결한 뒤 원전과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시간을 두고 별도로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AI 데이터센터 겨냥한 6.3GW 가스발전

7일 관계부처 및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한미전략투자 운영위원회의 안건은 엔시날 프로젝트와 해당 사업의 I-SPV 운영계약안 등 2건이다.

엔시날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 남부 라살카운티 엔시날에 총 6.3GW 규모의 가스발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미국 에너지기업 루이스 에너지 그룹이 사업주로 참여한다. 6.3GW는 원전 6기 안팎에 해당하는 발전용량이다.

발전소는 단계적으로 건설된다. 1단계에서 1.3GW 규모 단순주기 발전소를 짓고 이후 2~6단계에서 각각 1G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초기 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전력 수요와 수익성을 확인한 뒤 설비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대규모 선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구조다.

생산된 전력은 텍사스 전력망인 ERCOT에 판매하거나 인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장기 전력판매계약(PPA)을 체결하거나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하는 오프그리드 방식이 확정되면 전력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연료 조달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사업주인 루이스 에너지 그룹은 텍사스 남부 이글포드 지역에서 천연가스 광구와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발전소를 자체 가스 생산·운송망과 연결하면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가격 변동 위험도 일부 낮출 수 있다.

미국이 앞서 엔시날 프로젝트와 함께 후보로 제시한 서밋 카본 솔루션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사업과 비교하면 현금창출 구조도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160억달러 규모 CCUS 사업은 미국 중서부 에탄올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약 1800마일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와이오밍까지 운송·저장하는 프로젝트다. 45Q 세액공제와 탄소배출권, 이산화탄소 처리량, 국제유가와 인허가 등에 수익성이 복합적으로 좌우된다.

반면 엔시날은 전력을 생산해 판매한다는 기본적인 수익모델이 비교적 명확하다. 대미투자 1호 사업을 조기에 가시화하려는 미국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부터 고르려는 한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엔시날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봤던 사안이다”고 귀띔했다.

30조원 대미투자 첫발 뗀다…
I-SPV 운영계약도 의결…‘리스크 풀링’ 유지됐나

엔시날 프로젝트와 함께 의결되는 I-SPV 운영계약안도 중요하다. I-SPV는 엔시날 등 개별 프로젝트마다 설립되는 프로젝트 SPV와 별개의 법인이다. 개별 사업의 지분과 자산, 현금흐름을 담는 프로젝트 SPV보다 상위에서 2000억달러 규모 전략투자 전체를 관리하는 우산형 투자기구다.

당초 한미 MOU는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수익이 프로젝트 SPV를 거쳐 I-SPV로 올라오도록 설계했다. 정부는 MOU 체결 당시 여러 프로젝트의 수익을 I-SPV에서 통합 관리함으로써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 안전장치로 강조했다. 개별 사업의 위험을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로 분산하는 이른바 ‘리스크 풀링’ 구조다.

하지만 후속 협상 과정에서는 미국 측이 개별 프로젝트별로 투자금과 수익, 비용 등을 구분해 정산하는 방안을 요구하면서 수익배분 방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I-SPV라는 상위 투자기구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프로젝트별 손익을 별도로 관리하고 사업 간 손익상계를 제한할 경우 당초 정부가 설명했던 리스크 풀링의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의결되는 I-SPV 운영계약안에서 개별 프로젝트의 수익과 손실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도록 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초 MOU에서 설계한 리스크 풀링 원칙이 유지됐는지, 프로젝트별 계정을 별도로 두고 수익·비용을 각각 정산하도록 변경됐는지에 따라 한국 측이 부담하는 투자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

30조원 대미투자 첫발 뗀다…
美 원전 고집에 주도권 충돌…韓 ‘돈만 댈라’ 우려

미국 측은 지난달 대미투자기금을 활용해 미국 내 대형원전을 건설하는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우리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원전 한 곳에 즉각 투자하기보다 미국 내 대형원전 건설에 한국의 투자재원과 시공 역량을 결합하는 기본 틀을 먼저 만들자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확대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한미 간 이해가 맞을 여지는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에 적용할 노형과 사업 주도권을 놓고 양측의 셈법은 엇갈린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1.1GW급 AP1000을 중심으로 자국 원전산업을 재건하면서 한국의 자금과 시공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AP1000 10기 착공을 추진하고 있어 대미투자 원전사업도 미국 노형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짜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주력 노형은 1.4GW급 APR1400이다. APR1400은 국내 신고리 3·4호기와 신한울 1·2호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적용돼 건설·운영 경험이 축적돼 있다. 2019년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증도 받았다. 한국으로서는 검증된 APR1400을 적용해야 공사비와 건설기간을 관리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P1000이 적용되면 두산에너빌리티와 국내 건설사에는 기자재 공급과 시공 물량이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대규모 자금과 건설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설계와 공급, 운영은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해 한수원이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용량 측면에서는 1GW급 한국형 APR1000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완공·운영 실적과 미국 NRC 인증이 없다. 반대로 APR1400은 미국 인증을 받았지만 미국 측이 구상하는 1GW급 사업보다 용량이 크고 현지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양측이 절충점을 찾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한국 측 지분 참여나 합작법인 설립 등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분 보유가 한수원의 경영 참여와 사업 물량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자금과 건설 위험을 부담하면서 미국 원전 생태계만 키우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역할과 손실분담 원칙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방서 세제법안 막힌 알래스카…트럼프는 참여 압박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역시 이날 의결 대상에서는 빠졌다. 알래스카 LNG는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항까지 약 1287㎞의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500억달러로 추산되며 연간 2000만t의 LNG 생산을 목표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에서 알래스카주 지원 성과를 강조하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사람들이 알래스카로 가서 연료와 석유를 싣고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한국의 참여를 이미 진행 중인 것처럼 표현한 셈이다.

문제는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알래스카 주의회는 지난달 LNG 파이프라인 운영사의 재산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처리하기 위한 재소집을 표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도 투자자와 잠재적 파트너에게 부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프로젝트 금융 조달의 전제가 되는 장기 구매계약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사업을 주도하는 글렌파른은 연간 생산능력 2000만t의 80%인 1600만t에 대해 구속력 있는 구매계약을 확보해야 금융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확보한 물량은 연간 약 1300만t으로 알려졌지만 상당수가 예비계약이어서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파이프라인과 LNG 터미널의 최종투자결정(FID)도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알래스카 LNG를 연간 100만t씩 20년간 구매하고 프로젝트 지분투자와 파이프라인용 강재 공급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민간기업의 상업적 계약으로, 한국 정부나 공기업이 50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사안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인허가는 이뤄졌지만, 주의회에서 텍스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중간 선거 이후 주의회 구성이 바뀌는지에 따라 다시 봐야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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