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두고 국내 식품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과자·베이커리를 제조·판매하는 주요 식품 대기업 6곳은 “두쫀쿠 열풍이 정점을 찍은 뒤 분기점에 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유행이 끝났다”는 데엔 이견을 보였다. 두쫀쿠는 두바이 초콜릿의 주재료인 피스타치오 크림과 볶은 카다이프면을 초콜릿 마시멜로 안에 넣은 디저트로,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원천 소스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는 게 대중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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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현상)과 원재룟값 급등을 불러왔던 두쫀쿠 열풍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계 등 식품 및 유통 대기업들이 유사 제품을 대거 내놓으면서 희소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불과 한달 전까지 줄 서서 사먹던 ‘오픈런’도 사라졌다. 매대에 재고가 쌓인 모습은 SNS를 통해 공유되고, 일부 매장에선 할인 판매에 나선 사례도 나타났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재료를 대량 주문했는데 소비 수요가 이어질지 불안하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이데일리가 국내 식품 톱티어(1군) 기업 6곳을 대상으로 두쫀쿠 열풍의 지속성을 묻자, 6곳 중 2개 기업은 “두쫀쿠 인기가 끝났다”고 봤다. A식품업체는 “디저트 유행의 생명력은 공급량이 크게 좌우하는데, 두쫀쿠 유사 제품이 쏟아지면서 희소성이 급감했다. 유행의 막바지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B업체도 “우스갯소리로 대통령, 옆집 할머니까지 알면 유행은 끝난 거다. 이미 일반화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6곳 중 4곳은 “두쫀쿠 스타일의 디저트를 찾는 관련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 D, E업체 3개사는 “열풍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수요는 존재한다. 이날 기준 현재까지 두존쿠 관련 제품 하루 판매량 모두 매일 소진 중”이라며 “유사·파생 상품으로 확산하는 트렌드의 전환 단계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자를 생산하는 식품 대기업 F사는 “두쫀쿠 형태의 크림 액상을 대량생산(자동화)하려면 설비 공정부터 다시 재정비해야 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최근까지 식품·외식업체들은 두쫀쿠 스타일의 음료나 아이스크림, 소주까지 다양하게 변형해 출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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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한민국 디저트(간식)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실험장이다. 2014년 ‘허니버터칩’ 대란 이후 10여 년간 수많은 디저트가 뜨고 졌다. 실제 한때 줄 서서 사먹던 탕후루, 대왕카스테라 가게는 이제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
2014년 등장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품귀 현상’이라는 표현을 대중화한 대표 사례다. 짭짤한 감자칩에 단맛을 더한 ‘단짠’ 조합은 ‘구하기 힘든 과자’의 대명사가 됐다. 출시 초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후 회사가 증산을 결정한 뒤 공급이 안정되자 열기가 빠르게 식었다.
이어 대왕 카스테라(2016년), 흑당 버블티(2019년)는 해외의 이색적 맛을 원형 그대로 국내에 들어와 줄 서기 문화를 정착시켰다. “남들이 못 먹는 것을 내가 먹었다”는 성취감에 기반했다. 대왕 카스테라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집중 조명된 후 프랜차이즈·개인 매장이 급격히 늘면서 10개월여만에 자취를 감췄다. 2020년 들어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대중화로 ‘보여주기 위한 간식’이 시장을 장악했다. 2023년 탕후루가 대표적이다. 화려한 색감과 극단적인 단맛, 청각적 자극을 무기로 삼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①SNS 인증과 숏폼 영상의 폭발적 확산→②급격한 수요 증가→③오픈런과 품귀 현상→④가격 상승→⑤공급 과열→⑥품질 저하→⑦대량 폐업 수순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제품 수명 주기(PLC)의 급격한 단축이다. 과거엔 하나의 단일 디저트가 1년, 수개월 이상 인기를 유지했다면 최근엔 불과 몇 주 단위에서 길게는 2~4개월 주기로 화제의 메뉴가 교체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문승렬 조선대 교수는 “MZ들의 소비는 제품 구매만이 아니라, ‘계획-방문-공유’까지 이어지는 ‘경험의 서사’로 완성된다”며 “최근 디저트 시장은 단일 상품이 장기간 독주하는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성공 제품이 다양하게 변주되는 식이다. 다만 히트 상품이 연속성(지속성)을 얻으려면 속도의 경쟁을 넘어 고객과의 관계를 연결하는 신뢰가 필요하다. 유행은 흡수하되 브랜드의 정체성은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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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의 두쫀쿠 열풍 유형은 이전의 탕후루와는 다소 다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탕후루와 대왕카스테라의 경우 별도의 창업 붐으로 이어졌다면 두쫀쿠는 기존 본업 매장에 추가 메뉴로 들어가는 사례가 많아 고물가에 소비 위축을 겪었던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됐다. 완판 행렬에 횟집, 국밥집, 철물점에서도 팔았다.
또한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원천 소스를 가져와 한국식 제과 제빵 기술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K디저트’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뒤늦게 파생 상품을 생산하는가 하면 해외로 역수출하는 경제적 파급력을 선보인 K디저트의 진화 사례라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이 트렌디하다는 점과 희소성 있는 제품을 소유했다는 점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디저트 유행의 기저에 있다”며 “유행에 금방 불이 붙고 금방 가라앉는 양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그동안 두쫀쿠 열기가 너무 과열돼 있었다. 유행이 끝났다기보다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봐야 맞을 것”이라며 “두쫀쿠는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디저트에 글로벌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떤 요소가 해외 소비자에게 먹혔는지 등을 분석해 K푸드의 세계화와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한 적기”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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