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원자로부터 UPS까지…트럼프 행정명령이 규제대상에 넣은 6가지 장비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마켓잉크 기자I 2026.08.31 09:44:04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원자로부터 UPS까지…트럼프 행정명령이 규제대상에 넣은 6가지 장비
전력망 보안을 명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하나가, 침체를 겪던 국내 배터리 업계에 뜻밖의 훈풍을 몰고 오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가 전력망의 안보와 안정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특정 외국산 전력 장비의 구매·수입·설치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규제 대상에는 원자로와 변압기, 인버터,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발전기까지 포함됐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산 장비를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데이터센터용 ESS를 뜻하는 BESS가 규제 심사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력기기뿐 아니라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이 직접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유독 배터리 업계에 반가운 이유는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다름 아닌 중국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ESS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합산 점유율은 4.0%에 그친 반면, 중국 상위 3개사(CATL·EVE에너지·하이티움)의 합산 점유율은 47.5%에 달했다. 북미 시장으로 좁혀도 격차는 여전하다. 상반기 북미 ESS 출하량은 전년 대비 83% 증가했는데, 이 중 중국산이 76%를 차지한 반면 한국산은 20%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시장 자체는 폭발적으로 크는데 정작 그 과실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가져가고 있던 셈이다.

미국 정부의 압박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앞서 그레그 스튜비 미국 하원의원은 ‘백도어’(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담긴 중국산 ESS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유해한 적대적 재충전 및 발전 에너지 대응법’(CHARGE Act)을 발의한 바 있다. 국가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안보 우려가 근거였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한편, 중국계 공급망에 일정 수준 이상 의존한 ESS 사업은 세액공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도록 했다. 중국산 조달 비용을 정책적으로 끌어올려, 자연스럽게 비중국계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 제품으로 수요가 옮겨가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이런 정책 변화에 발맞춰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북미 ESS 사업을 ‘수주 대응’에서 ‘실제 양산’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방식도 영리하다. 애초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지어둔 현지 설비를 그대로 활용해, 신규 투자 부담과 전환 기간을 줄이면서 비중국산 배터리를 찾는 미국 고객사의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현재 LFP 시장의 9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지만, 미국이 금지외국기업(PFE) 규정 등으로 중국의 공급망 진입을 계속 제한하면서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비중국권 국가로 진입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고성능 전기차용은 삼원계 배터리, ESS용은 LFP로 응용처별 포트폴리오 전략이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런 훈풍이 배터리 업계 전체의 위기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낸 보고서를 보면, 미국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31%, 올해 1분기 -23%로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유럽에서도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023년 55%에서 지난해 35%까지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42%에서 61%로 뛰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LFP가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한국의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입지가 좁아진 결과다. 결국 이번 미국의 탈중국 정책이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부진을 상쇄할 만큼의 반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실적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기사 내용은 작성기관의 견해이며, 이데일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보 이용에 따른 판단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