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분류작업 중단'에 택배사 "고객 불편 없도록 할 것"

유현욱 기자I 2021.06.04 15:54:55

7일부터 조합원 6500명 9시 출근·11시 배송 출발
"출근·배송 출발 2시간 늦춰 택배기사 과로막겠다"
8일 2차 사회적 합의 최종논의 앞두고 택배사 압박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가 ‘오는 7일부터 분류작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주요 택배사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택배노조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류작업을 비롯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조치를 완비, 즉시 시행해야 하지만 택배사의 몽니로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7일부터 6500명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9시 출근·11시 배송 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출근 시간을 2시간가량 늦춰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개인별 분류된 물품만 사측으로부터 인계받아 차량에 적재해 배송하겠는 것이다.

지난 2월 1차 사회적 합의에서 ‘까데기’라 불리는 분류작업을 배송업무에서 제외하자는 결론이 났음에도 7시에 출근해 분류작업까지 도맡아 하는 택배노동자가 적지 않다는 게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6월 2일부터 3일까지 택배노동자 1186명(우체국 제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에서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집화(픽업)와 배송 업무만 하는 택배노동자는 15.3%(181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배노조는 오는 8일 오후 2시 국회에서 개최되는 2차 사회적 합의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택배노조의 분류작업 중단 결정이 회의 직전 내려진 이유다.

택배노조는 “최종 회의에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제대로 방지할 수 있는 합의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면서 “이를 택배사가 반대하고 거부한다면 싸움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사는 이전 회의에서 과로사 대책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또다시 유예기간 1년을 두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사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변을 피했다.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당정(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등)은 절충안 격인 부분유예(연말까지 50% 이행, 내년 7월부터 100% 적용)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택배노조는 분류작업 문제와 관련 이미 충분한 준비시간을 줬다며 완강한 태도다.

택배노조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9시 출근·11시 배송 출발 등 준법 투쟁 시한을 못 박지 않는 대신 “납득할 만한 2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라고 했다. 다만 8일 회의 직후 향후 계획을 재차 알릴 예정이다.

앞선 지난 1차 사회적 합의안에는 △3월까지 분류 알바 6000명 채용 △분류 인력 투입 전까진 택배기사에게 수수료 지급 △자동분류시설에 수천억원 투자 등의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택배사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공식 코멘트를 자제하면서도 “(어떤 식으로든)고객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분류작업을 도울 알바생을 추가로 고용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2시간 출근 시간 조정이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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