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입에도 1440원 넘보는 환율…“단기 고점 1450원”[외환분석]

이정윤 기자I 2024.12.09 12:11:08

장중 1438.3원 터치…2년 1개월 만에 ‘최고’
尹 탄핵 표결 부결…달러 매수·원화 매도
당국, 외화유동성 공급에도 원화 추가 약세
“원화 리스크 확대·원화 가치 추락” 경고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오전 장중 1438원까지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에 원화 매도가 거세게 이뤄지고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도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탄핵 정국 장기화에 ‘원화 팔자’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5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19.2원)보다 17.65원 오른 1436.8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6.8원 오른 1426.0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23.0원) 기준으로는 3.0원 올랐다. 개장 직후 환율은 상승 폭을 확대하며 9시 6분께 1430.0원을 터치했다. 이후 1430원선에서 공방을 벌이다, 오전 10시 40분께 다시 1430원 위로 올라서며 거침없이 상승했다. 11시 41분께는 1438.3원으로 올랐다. 이는 장중 고점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7일 국회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투표에 부쳤으나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여당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차 발의해 오는 14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부결 시 매주 토요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국 불안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위험자산인 원화를 회피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국내 이슈로 인해 역외에서는 달러 매수를, 역내에서는 원화 매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장 후 달러화가 소폭 강세를 나타내고, 주요 아시아 통화는 약세를 나타낸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달러인덱스는 8일(현지시간) 저녁 10시 5분 기준 106.05를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보다 소폭 올랐다. 달러·엔 환율은 150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8위안대로 오름세다. 장중 중국의 11월 물가 둔화가 지속되면서 위안화 약세가 심화한 모습이다.

국내 증시는 4% 이상 급락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200억원대를 사들이고 있다.

◇외환당국 방어 ‘무색’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기재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도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일명 ‘F4’ 회의)를 열고 “증시안정펀드 등 기타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자금시장에는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수급 개선방안도 12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

당국의 강력한 개입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날 환율이 20원 가까이 급등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계엄선포 이후 계속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연기금 같은 공공자금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도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상저하고 전망은 유지하되 일련의 사태가 원화 가치 추락으로 이어질 악재라고 진단해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달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 급락, 주요국과의 금리, 통화가치 변화를 고려해도 짧게 보면 원화 고유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금융 당국의 개입 의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환율 상단은 1450원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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