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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는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을 발표했다. 기존에도 3년간 17조원을 지원하는 ‘반도체 저리대출’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해왔으나 규모가 작고 대출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반도체 외의 산업은 초저리 대출 등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의 출자가 전제로 깔려야 했다. 아울러 금융규제 상 여신한도와 위험가중치(RWA) 부담 등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충분한 투자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투자의 RWA는 통상 250~400%로 대출과 비교해 3배 이상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조성할 기금을 그간 저리대출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투자 외에도 지분투자, 후순위보강 등을 통해 과감하게 산업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시장성 차입·저리 대출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지분투자자로 참여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와 지원기업과의 합작법인도 고려 중이다. 또 간접투자에도 민간자금 의매칭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기술·인프라투자에 집중하도록 설계했다.
후순위 보강은 전력·용수 등 초창기 인프라사업에 기금이 후순위로 보강하고 산은 본체·민간 은행이 대규모 자금지원을 시행한다. 일정 수준(7.4%) 후순위 보강 시 은행 출자분은 대출 수준의 위험 가중치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250~400%로 간주하는 RWA를100%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초창기 인프라 사업처럼 리스크가 큰 사업은 기금이 후순위 출자펀드를 구성하고 이에 함께 참여하는 은행의 위험가중치도 최대 400%에서 100%로 낮춰줄 계획이다”며 “기금과 산은 본체, 은행이 함께 참여해 출자부담을 줄이고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은 본체와 시중은행이 협력해 총 100조원 이상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첨단전략산업 지원은 산은 본연의 업무다. 은행 본체에서 여러 규제 때문에 하기 어려운 업무들이 있는데 기금을 본체와 분리해 운영하기 때문에 산은의 업무에 첨단기금 출연을 명시적으로 반영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국가 간 경쟁 속에서 우리 첨단 전략 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산은 본체와 회계가 분리된 기금을 신설해 5년간 일종의 ‘부스터샷’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첨단전략산업과 국가전략기술을 영위하는 기업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지원할 예정이다. 또 관련 인프라와 기술 등 산업생태계 전반을 폭넓게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백신, 로봇, 수소, 미래차, 인공지능(AI)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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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규모는 5년간 최대 50조원으로 운용기간은 20년이다. 애초 총 규모를 34조원으로 발표했으나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저리지원 프로그램과 통합해 50조원으로 높였다. 이 중 올해 사용분인 4조 2500억원은 예정대로 운영하고 남은 12조 7500억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으로 통합해 운영하되 반도체 산업에 중점 투자한다.
기금은 정보 보증 기금채에 더해 초저리 대출의 이자비용과 운용비용을 감내할 수 있도록 산은 자체재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산업은행법’에 명시된 산은 업무에 ‘기금에의 출연’을 추가하고 기금 재원으로 산은이 출연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외 첨단산업에도 설비투자·연구개발(R&D) 등 자금을 국고채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단순 운영자금 또는 기존차입금 상환목적 자금은 원칙적으로 제외한다.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수주 경쟁 시 수주산업의 구매상대방에게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방산 등 수주산업은 글로벌 경쟁국과 조 단위 수주경쟁을 진행하는데 구매국에서 금융패키지를 원하고 있으나 산은·수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한도·금리에 한계가 왕왕 발생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별 자금지원은 기금운용심의위가, 주요 정책은 산경장에서 결정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의 전문성·책임성 확보와 투명하고 탄력적인 운용을 위해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위원은 총 7명으로 구성하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추천 2명, 기재부 장관·산업부 장관·금융위원장·대한상의 회장 추천 각 1명, 산은 회장이 지명하는 산은 임직원 1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 기금운용심의위가 개별 자금지원 사항을 결정한다. 지원대상 산업의 추가, 연도별 운용 규모 등 기금 운용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기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은행법’의 개정과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 처리가 필요하다. 3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 통과 시 최소한의 준비기간을 거쳐 조속히 지원을 개시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은법은 정무위, 정부보증동의안이 기재위 소관인데 이 부분에 있어선 여야의 입장 차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첨단전략산업 지원에 대한 의지는 여야를 막론하고 갖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 법안과 보증동의안이 통과해 가급적 연내에 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지원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