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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애플 주식, 온체인에 뜬다…토큰화증권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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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10.06 08: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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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 OKX와 'NYSE 모기업' 합작사, 첫 토큰주식 거래소
미국 대표 빅테크부터 크립토+전통 대기업까지 토큰화 총망라
주식토큰 매수해도 배당·의결권 등 기존 주식 권리 모두 인정
기존 거래소와 달리 유동성풀 상대 거래, 24/7 연중무휴 거래
초기 기관 수요 제한적일 순 있지만, 자본시장 변혁 첫 시험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엔비디아와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최대 60여개 미국 대표 기업들의 주식이 조만간 온체인 상에 등장할 전망이다. 이로써 블록체인 기반 시장에서 대표 상장사 주식들이 하루 24시간, 주 7일, 1년 365일 거래되는 변화가 생기게 된다. 토큰화증권이 주류에 편입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애플 주식, 온체인에 뜬다…토큰화증권 첫 시험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OKX가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와 공동으로 토큰화주식 거래 플랫폼을 출시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SEC가 5년 간 한시적으로 미국 내 거래 플랫폼에서 상장기업 주식의 디지털 버전을 별도 인가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조치를 발표한 뒤 처음 나온 시도다.

미국 대표 빅테크부터 크립토+전통 대기업 토큰화 총망라

OKX의 블록체인 인프라와 ICE의 시장 기술을 결합해 설립한 합작법인인 OKXICE는 우선 NYSE에 상장된 63개 기업의 토큰화주식을 제공하기 위한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OKXICE가 당국에 신청한 토큰화주식 목록에는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MS, 아마존, 알파벳뿐 아니라 코인베이스, 서클, 로빈후드, 스트래티지, 시큐리타이즈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도 포함됐다. 그밖에 JP모건, 골드만삭스, 월마트, 넷플릭스, 레딧, 보잉 등 미국의 전통 대기업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번 신고서에 포함됐다고 해서 모든 주식들이 실제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거래된다는 뜻은 아니다. SEC의 혁신 면제 조치에 따르면 거래 플랫폼은 토큰화주식을 거래하기 전 해당 상장사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야아 하며, 30일 이내에 해당 기업이 ‘우리 주식을 토큰화 거래에서 제외해 달라’는 옵트아웃(opt-out) 의사를 밝힐 경우 토큰주식을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세레브라스(Cerebras)는 이미 자사 토큰화주식을 거래하는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OKXICE가 토큰화주식 거래를 신청한 63개 미국 상장사 리스트
OKXICE가 토큰화주식 거래를 신청한 63개 미국 상장사 리스트
일단 투자자 입장에서 토큰화주식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익숙한 주식을 블록체인에서 사고팔 수 있는 디지털 토큰 형태로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를 예로 들면, 기존에는 증권사에서 만든 자신의 주식계좌를 이용해 엔비디아 주식을 사고, 거래는 기존 주식시장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

주식토큰 매수해도 배당·의결권 등 기존 주식 권리 인정

하지만 OKXICE에서는 엔비디아 주식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 디지털 토큰을 매수하게 된다. 기초주식은 등록된 브로커딜러가 1대1로 보관한다. 즉, 엔비디아 토큰 1개는 엔비디아 실제 주식 1주로 뒷받침된다. 이 주식토큰을 보유하게 되면 배당과 의결권을 포함해 주식에 수반되는 경제적 권리와 주주권도 동시에 갖게 된다. 본질적으로는 증서 형태로 된 주식을 매수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세부적인 차이들도 존재한다. 일단 새 투자 플랫폼에서는 달러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토큰화 주식을 사고팔게 된다. OKXICE는 초기에 시가총액이 가장 크고 거래가 활발한 달러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C, USDT, USDG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주식시장처럼 매수 주문과 매도 주문을 직접 매칭하는 방식도 아니다. 대신 주식토큰과 디지털 달러가 블록체인 기반 유동성 풀에 들어가 있고, 투자자는 이 풀을 상대로 거래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토큰을 사면 풀에서 토큰이 빠져나가고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그 풀로 들어간다. 그 결과 가격은 올라간다. 반대로 토큰을 팔면 반대 과정이 일어난다.

이런 풀을 자동화 마켓메이커(AMM)라고 한다. AMM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투자자가 사고팔 수 있는 가격을 정한다. 일반 증권거래소는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주문을 호가창(오더북)에서 맞춰주는 반면, 유니스왑과 커브처럼 AMM은 호가창 대신 유동성 풀을 쓴다. 유동성공급자(LP)가 두 자산을 한 풀에 넣어두고, 가격은 x×y=k 같은 정해진 수학 공식으로 자동 결정하는 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풀 가격이 누군가 그 풀과 거래해야만 움직인다는 점이다. 중앙화 거래소 가격은 이미 바뀌었는데 온체인 풀이 아직 따라가지 못하면, 차익거래 봇이 재빨리 거래해 가격을 맞춘다. 이 때 생기는 이익은 LP의 손실에서 나온다. 토큰주식은 실제 주식이라는 기준 가격을 따라가야 하는데, 이처럼 가격이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즉시 차익거래 기회가 생겨 LP 손실은 더 커지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AMM은 더 정교한 여러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프랍(Prop) AMM이나 관리형 멀티풀 베뉴(Multi-Pool Venue) 등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거래소와 달리 유동성풀 상대 거래, 24/7 연중무휴

프랍 AMM은 전통 AMM의 이 약점을 보완해, LP 다수가 풀에 돈을 넣고 기다리는 대신 전문 마켓메이커가 자기 자금과 자체 알고리즘으로 온체인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계속 제시한다. 핵심 차이는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고정된 곡선이 아니라 메이커나 오라클이 외부 가격을 참고해 계속 가격을 갱신하기 때문에, 차익거래로 인한 손실을 피하고 더 좁은 스프레드를 제시할 수 있다.

관리형 멀티풀 베뉴는 SEC가 혁신 면제 조치에서 언급한 적격 요건을 갖춘 토큰화증권거래소(TSV)가 허가형 환경에서 AMM 풀을 통해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허가 받은 참여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AMM 풀을 하나 이상 제공하고 그 풀에 접근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는 조직으로, 운영 주체가 명확한 거래소가 여러 종목 풀을 개설·관리하고, 누가 들어올 수 있는지 통제하는 구조다. OKXICE는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월가가 문을 닫아도 거래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OKXICE는 야간과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이론적으로 투자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엔비디아 토큰을 사고팔 수 있다. 그 시간에는 나스닥에서 실제 엔비디아 주식이 거래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이 때 새 거래소의 가격은 단순히 가장 최근의 나스닥 가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체 유동성 풀 안의 매수·매도 거래에 의해 결정된다. 다만 누구나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신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는 거래 전에 신원확인과 자금세탁방지(AML) 절차를 거쳐야 한다.

뉴욕주 전 주지사이자 OKXICE 공동의장인 앤드루 쿠오모는 “블록체인과 유동성 풀,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는 것이 주식을 거래하는 데 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24시간 운영되는 글로벌 주식시장 거래이며 엄청난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기관 수요 제한적일 수도, 자본시장 변혁 첫 시험대

다만 투자자들이 실제로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 월가 TD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토큰화주식이 기관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미 상장주식에 매우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자사 주식의 토큰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규제 체계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SEC의 이번 면제는 영구적인 규칙이 아니라 5년간 유효한 한시적 조치다. 이 때문에 대형 금융회사들은 규제 기반이 나중에 바뀔 수 있는 시장에 자사 시스템을 연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데 주저할 수 있다.

더 큰 시험대는 충분한 투자자와 트레이딩 회사가 참여해 토큰화주식 가격을 전통 주식과 얼마나 가깝게 유지할 수 있느냐다. 특히 미국 거래소가 문을 닫는 야간과 주말에 이 문제가 중요해진다. 그럼에도 이번 시장은 토큰화주식에 대한 투자자와 기업의 실제 수요를 시험하는 첫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토크나이제이션 인사이트(Tokenization Insight) 창업자인 하비 리는 “가장 중요한 점은 OKXICE가 또 하나의 토큰화 주식 거래소를 연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OKXICE는 미국 주식을 온체인으로 가장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토큰화 모델이 무엇인지 시험하는 최초의 실제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어떤 구조가 지배적인 시장구조가 될지를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OKXICE의 쿠오모 공동의장도 “이번 토큰화주식 거래는 시장의 변혁이며, 매우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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