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기준금리는 실물 경제를 뒷받침할 정도로 완화적”이라며 “원론적으로 봐도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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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1.00%로 인상했다. 내년 1월 또는 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적어도 내년 1분기 내에 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 수준을 연 1.25%인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라며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가 높아지더라도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과 관련해선 “그때 그때 입수되는 모든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1분기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에 자신감을 가진 것은 이날 한은이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기초로 한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4.0%, 3.0%로 유지한 후 내후년에도 성장률이 2.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잠재성장률이 2%로 내려앉은 것을 고려하면 3년 연속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5%로 8월 전망치(5.7%)보다 하향 조정하고 세계 교역 신장률을 8.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지만 내년 세계 성장률은 4.2%에서 4.3%로 상향 조정했다. 교역 성장률은 5.5%를 유지했다. 교역 성장률이 둔화됨에도 올해와 내년 성장세가 유지되는 것은 민간소비의 영향이 크다. 민간소비는 8월 2.8% 증가에서 이달 3.5%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다만 상품수출은 8.9%에서 8.5%로 성장세가 하향 조정됐고 설비투자 역시 8.8%에서 8.2%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건설투자의 경우 건설 자재 부족, 가격 상승 등에 0.9% 성장에서 -0.7%로 위축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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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국내 경기는 수출과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세가 강화되면서 견실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전 세계적인 방역 조치 완화에 따른 경제 활동 가속화, 신흥국 백신 접종의 빠른 확대, 글로벌 공급 차질 조기 해소 등을 상방리스크로 꼽았다. 다만 하방리스크인 겨울철 국내외 감염병 확산세 심화, 글로벌 공급 차질 장기화,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원유도입 단가 70달러대…내년까지 2%대 물가 상승
한은은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2.3%, 2.0%로 전망했다. 각각 종전보다 0.2%포인트, 0.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2년 연속 물가목표치 2%를 넘는 수치다. 내후년엔 1.7%로 물가 상승세가 안정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내년엔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나 탄소중립 등 에너지 절감 정책이 유가 상승세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유 도입단가(기간 평균)를 올해와 내년 배럴당 71달러, 76달러로 전제했다. 종전보다 4달러, 10달러 상향 조정된 것이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요측 물가 압력을 자극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생각이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도 “물가상승세가 상당기간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전망치는 올해 1.2%로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으나 내년엔 1.8%로 기존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중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점차 줄어들면서 금년에 비해 다소 낮아지겠으나 근원물가는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 병목의 영향이 일부 반영되면서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은 종전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와 내년 취업자 수는 각각 35만명, 25만명으로 종전(20만명, 24만명)보다 각각 15만명, 1만명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도 올해와 내년 각각 3.9%, 3.8%에서 모두 3.7%로 하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920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종전보다 100억달러 상향 조정된 것이다. 전망이 현실화되면 2015년, 2016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대 초반 수준이다. 다만 내년부턴 810억달러 흑자로 흑자폭이 감소, GDP 대비 4%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