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안보 딜레마]①테러 막기 더 어려워지나

함정선 기자I 2018.03.05 14:03:56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로폴 본부(출처=BBC)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작년 영국에서 5차례의 테러가 발생했죠. 유럽에서도 특히 왜 영국이 자주 테러 공격에 뚫릴까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정보력과 첩보작전에서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춘 영국 안보 당국이 사전에 테러정보를 습득하고 테러가 실행에 옮겨지기 전 차단할 수는 없을까요.

영국 경찰 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과 국내 정보담당 MI5는 현재 테러와 관련해 3000명의 용의자가 연관된 테러 모의 등 500건의 케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등 2만명을 주요 인물로 분류해 지켜보고 있고요. 그런데 MI5 용의 선상에 있었던 남성이 실제 인명피해를 일으킨 테러 공격을 자행한 것이 얼마 전 드러나 MI5정보력 및 테러 예방과 대응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MI5는 단편적으로 습득되는 정보를 모아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들고, 그에 근거해 테러 모의 현장을 급습하고 테러 발생을 차단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된다고 설명합니다. 테러 관련 어떤 결정을 하고 행동하기까지 우선순위를 둬야 하며 그 과정에서 놓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고 해명합니다.

적어도 용의 선상에 있던 인물이 테러를 자행한 것이 MI5가 테러와 관련해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덧붙였고요. MI5의 수사망에 없던 전혀 새로운 인물이 테러를 저지른다는 것은 테러 관련 MI5의 정보력에 완전히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테니까요.

경찰과 정보 당국의 인력난도 테러 대응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17년 총리로 취임하기 전 6년 동안 보수당 내각에서 내무부 장관을 맡아왔습니다. 영국 내 이민, 안보 등의 책임자였다는 것이죠.

그는 내무부 장관으로 지내면서 비용 감축 등을 이유로 경찰 인력 2만명 감원을 추진했습니다. 경찰서 몇 곳이 문을 닫고 여러 군데의 경찰 건물이 매각됐죠. 이 때문에 메이 총리는 영국의 테러 대응력이 떨어진 데 대한 책임자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영국 내 IS와 연관된 극단주의자들이 늘어나는 속도와 이들이 테러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시간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영국 내에서 테러를 막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더 이상 유럽연합 범죄대책기구 ‘유로폴’과 높은 수준의 국제 범죄 및 테러 관련 정보 공유와 협조가 불가능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테러 대응과 관련해 영국 안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분담금을 예산으로 운영하는 유로폴이 회원국 간 긴밀하게 공유하고 있는 범죄 관련 데이터를 회원국이 아닌 영국에는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와 테러 위협이 커진 상황에 영국 경찰과 정보 당국에 유로폴의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리는 꼭 필요합니다. 영국 정부는 EU 입장에서도 영국 경찰 및 정보 당국과 협력하는 것이 EU에 위협이 되는 국제 범죄를 소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고요.

영국이 원하는 것은 유로폴이 노르웨이, 스위스, 미국 등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들과 맺고 있는 안보협력 관계입니다. 이들 국가들에 그랬던 것처럼 영국에도 브렉시트 이후 유로폴의 정보 접근을 허용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EU 측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미셸 바르니에EU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앞서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영국 국방장관이 더 이상 유럽안보의회의 멤버가 될 수 없으며 영국은 유럽방위공동체(EDA)와 유로폴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죠.

유로폴 측도 EU 회원국들이 아닌 국가들과 안보협력에 관한 협상을 하는데 수년이 걸렸다면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로폴의 관계를 정립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고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앞서 보고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을 차라리 물리는 게 영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경제 전망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국민투표나 정권 교체 등을 통해 영국이 다시 EU에 남아 있도록 상황을 돌리는 것이 영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영국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일각의 주장처럼 브렉시트 결정을 되돌리는 것도 국내외 여론과 지금까지 유럽연합과의 결별 협상 진행 등 걸어온 길을 보면 절대 쉬워 보이지는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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