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형 상병수당’ 관련 보고서를 통해 “병가 제도 정착이 선행돼야 하고 상병수준에 따른 수당 차등화를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다음달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상병수당 제도는 아픈 근로자에 대한 실효적인 안전망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병가·휴직 등 아플 때 쉬는 것을 보장하지 않은 시범사업 모형을 문제로 지목했다.
근로기준법상 업무 외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휴업에 대해 별도 규정된 사항이 없고 유·무급 병가 규정은 대부분 사업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정해진다. 이에 병가·휴가 이용이 어려운 취약 일자리 근로자일수록 제도 접근성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핵심근로연령인 25~54세 임금근로자 중 45.5%가 병가 제도가 있는 일자리에 근로하는데 실제 제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비중은 42.1%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상병수당이 도입되더라도 상당수 근로자가 상병수당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상병수당이 보편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려면 현재 법정휴가가 아닌 무급 병가를 법제화해 병가가 보장되지 않는 사업체 근로자도 병가 이용과 상병수당 수급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게 권 연구위원 제언이다.
이때 영세사업체의 고용 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데 출산·육아기 고용 안정 지원 사업과 같은 고용지원금, 대체인력지원금 등의 사례를 참고해 정부가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상병수당은 최저임금 60% 수준(2022년 기준 일 4만3960원)을 90일 또는 120일 지급하는 데 장기간 쉴 때 소득 감소에 대한 대비가 부족할 수도 있다.
보고서 분석에서 상대적으로 단기간인 3~7일 입원하고 1년 후에는 고용과 소득 감소 영향이 크지 않았다. 8일 이상 지속 입원 시에는 입원 경험이 없는 근로자에 비해 전일제 근로 지속 확률이 5% 이상 줄고 근로소득은 35%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연구위원은 “주어진 한정적 재원에서 단기간 회복이 가능한 상병 지원보다는 장기간 발생하는 건강 손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실효적 안전망으로 적합함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고용·소득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큰 장기간에 걸친 중증 상병에 대해선 소득 보장 수준을 높이고 단기간 상병은 보장 수준을 낮추는 것이 불필요한 상병수당 수급 통제에도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이용 증가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선 엄격한 의료 인증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권 연구위원은 “상병수당의 의료 인증은 일자리에 따른 근로능력 평가를 포함하고 근로복귀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