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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고온이 이례적으로 길어지면서 연간 폭염 일수는 평년보다 2.7배 많은 30.1일이 발생했다. 연간 열대야 일수도 역대 가장 많은 24.5일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 1948년 이후 76년 만에 첫 9월 폭염이 발생했고, 춘천은 1966년 기상관측 이후 첫 9월 열대야가 있었다.
같은 기간에 내린 강수량은 1414.6㎜로 평년(1331.7㎜)과 비슷했으나 강수 형태에서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연 강수량의 절반이 7월과 8월에 내린다. 하지만 올해는 8월에 비가 적게 내리고 9월에 평년보다 54.6% 많은 비가 내렸다. 보통 비가 적게 내리는 2월에도 평년보다 187%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확대 보급된 1973년 이후 처음으로 2월 강수량이 8월을 넘어섰다.
눈·비는 좁은 영역에 짧은 기간 동안 강하게 내리는 특징이 있었다. 올여름 강수량(602.7㎜)은 평소보다 124.6㎜ 적었지만 이 중 78.8%가 장마철에 내렸다. 장마철에도 좁은 지역에 비가 집중돼 전북 군산과 경기 파주 등 9개 지역에서는 1시간당 최다강수량이 100㎜를 넘었다. 11월 하순에 내린 눈도 중부지방에 집중돼 서울과 인천, 수원은 11월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일최심적설(하루 중 가장 많이 쌓인 눈의 높이)을 기록했다.
극한 기상현상이 발생한 배경에는 여름철 고기압과 높은 해수면 온도가 영향을 줬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티베트지역은 지난해 초부터 1년간 지속적으로 눈 덮힘이 줄어 태양의 반사도가 낮아졌다. 이렇게 지면으로 흡수된 열은 다시 대기로 방출돼 국내에 폭염을 일으킨 고기압을 강화시켰다.
아울러 지난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18.6도)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10년간 평균기온 중 가장 높았다. 남풍계열의 바람이 해상을 지날 때 따뜻한 주변 바다의 영향까지 더해져서 국내 기온 상승효과가 커졌다. 북인도양의 높은 해수면온도도 평균기온을 높였다. 따뜻한 인도양에서 대류현상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확장된 티베트고기압이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과 이중으로 한반도 상공을 뒤덮으면서 폭염과 열대야를 유발했다.
기상청은 장기적인 기온 상승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한국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도 기온이 계속 높았다. 지난해 11월 세계기상기구(WMO)가 산출해 공개한 전 지구 월별 기온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6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2024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역대 1위를 경신했고, 기록적인 열대야와 집중호우 그리고 이례적인 11월 대설 등 다양한 형태의 이상기후를 경험해 국민이 많은 불편과 피해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은 기후위기 시대에 기상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우선적으로 대응하고, 기후변화의 과학적 원인 분석과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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