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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우리나라 단기외채 비중이 4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경제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단기외채가 빠져나가는 만큼,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에 대처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뜻일 수 있어 우려된다.
다만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해외 자산이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은 아직 양호하다는 평가다. 위기 시에 사용할 ‘총알’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어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IIP)르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4.7%로 세 달 전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 9월 말 34.9%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치다. 상승폭은 2012년 6월 말(3.2%포인트) 이후 가장 가팔랐다.
전체 대외채무와 비교한 단기외채 비중은 30.3%로 나타나며 전분기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기록됐다.
계약당시 만기를 기준으로 1년 이하면 단기외채로 구분한다. 단기외채가 많아진다는 것은 향후 국제경제나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외국인 채권자들이 한꺼번에 대거 빚 독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단기외채 비율·비중이 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에 대처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분기 단기외채 비율이 늘어난 것은 외국계 예금취급기관의 국내 단기채권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거주자로 취급되는 외은지점이 원화채권 투자를 확대해 본국·다른 지역 지점에 넘겨준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원화채권 수요는 주로 단기물에 포함되는 통안채에 집중됐다. 국내 기준금리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상황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한국 금리보다 미국 금리가 높은 경우 외환 스왑레이트가 확대되는데,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자산 투자가 유리해진다(차익거래 유인). 또 차익거래 유인에 따른 투자수요는 단기 채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단기외채 비율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은 것은, 장기외채 수요도 동시에 늘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높아지고 주요국들의 국고채 장기물 수요가 높아졌고, 한국 장기채권도 외국인들에 대거 팔렸다.
다만 단기외채 비율이 올라가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때는 아직 아니라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한편 6월말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받아야 할 돈(대외금융자산)에서 갚을 돈(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전분기 대비 260억달러 증가한 462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금융자산은 만기와 금리 등이 정해져 있는 채권, 대출금, 차입금 등 받아야 할 돈이 정해져 있는 ‘확정자산’과 주식, 파생금융상품 등 가치가 변동하는 자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해외자산 일체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전분기 대비 31억달러 감소한 4711억달러였다. 감소하긴 했지만 규모 측면에서 보면 역대 2위다. 대외채권은 채권, 대출금, 차입금 등 확정자산만 따로 구성해 파악한 것이다.
최진만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단기외채 비율이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과거와 달리 아직 대외지급 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가진 해외자산도 동시에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단기외채 중 원화채권 비중이 높은데, 이는 외화채권보다 채무 불이행 측면에서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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