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유럽시대)②글로벌 생산체제로 가다

지영한 기자I 2007.04.25 18:00:40

유럽거점 확보로, 아시아-북미-유럽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완성
글로벌 네트워크 완성은 도전의 끝이 아닌 경쟁의 시작일 뿐
국내외 생산공장 시너지 창출하기 위해 효율적인 전략 요구

[노소비체(체코)=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오늘 첫 삽을 뜬 현대차 유럽공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글로벌 생산체제, 그것을 완결하는 중요한 생산 거점이 될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이 25일(현지시각) 체코 노소비체에서 열린 현대차(005380) 유럽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정 회장은 이에 앞서 올해 초 신년사에서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유럽전략 차종인 씨드를 생산하게 돼 (현대·기아차그룹이)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생산거점을 (모두) 갖추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유럽연합(EU) 역내의 첫 생산공장이자 지난 24일 준공식을 가진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유럽까지 연결시켜준 의미가 있다면, 25일 착공된 현대차 체코공장 착공은 현대차가 추진해온 글로벌 확장전략의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것이 얘기다. 
 
따라서 세계 자동차산업의 원조(元祖) 격인 유럽. 그중에서도 유럽연합(EU) 역내에 기아차가 생산거점을 확보한데 이어 현대차 유럽공장도 착공됨에 따라 현대·기아차그룹은 이제 글로벌 확장전략의 완성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글로벌 생산체제 완성국면..연산 600만대 글로벌 메이커 눈 앞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해외 진출 역사가 처음부터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옛 현대그룹 시절 현대차는 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의 생산공장을 짓고 북미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큰 실패를 맛보았다. 몇 년뒤 공장은 문을 닫았다.
 
무엇보다 해외생산 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부품 조달상의 문제, 여기에다 해외의 쟁쟁한 경쟁자와 맞서기엔 품질과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북미시장에서 겁없이 뛰어든 용기까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론 무모한 도전임이 증명됐다. 

현대차에겐 부르몽 공장 실패는 좋은 '보약'이 됐다. 준비없이 선진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100전 100패’일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글로벌 진출 전략도 서두르기 보다는 신흥국가에서 경험을 쌓고, 선진국에 다시 진출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실제 현대차는 이후 97년 터키에 공장을 세우고, 부르몽 공장에서 뜯어낸 생산설비를 활용해 98년엔 인도 체나이에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2002년엔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에 각각 합작공장을 세웠다.
 



◇ 글로벌 생산거점 완성이 곧바로 글로벌 전략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아 
 
다행히 인도와 중국공장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에 고무된 현대차그룹은 '부르몽의 악몽'을 뒤로하고 북미시장에 다시 도전해 2005년 현대차 美 앨라배마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2006년엔 기아차 美 조지아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자동차 산업의 출발지이자, 소비자들이 까다롭기로 유럽, 그중에서 EU 역내인 슬로바키아에 기아차 공장을 준공하고, 그 다음날 곧바로 현대차 체코공장의 착공식까지 가졌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그룹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급성장중인 인도·중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 자동차시장의 메카인 북미시장,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유럽시장을 잇는 글로벌 생산체제의 '트라이앵글'을 완성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 걸쳐 중국과 인도공장의 생산능력을 '배증'시키는 증설작업이 마무리되고,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이 2009년 가동에 들어가면 현대·기아차그룹은 연산 600만대에 육박하는 글로벌 톱 4 메이코로 우뚝 서게 된다.  
 
◇ 국내외 공장 전략적 운용으로 최고의 시너지 창출해야 
 
그러나 세계 주요 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는 자체만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의 글로벌 확장전략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오히려 중국 등 후발그룹의 도전을 받는 가운데 도요타 GM 등 선도그룹과의 본격적인 싸움도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차가 '와신상담' 끝에 북미에 생산거점을 다시 확보했지만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성공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막 가동에 들어간 기아 슬로바키아공장 역시 출발은 좋으나 성공을 확신하기엔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그나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공장도 최근엔 주춤하고 있다. 중국 토종 메이커나 외자계 메이커 구분없이 '가격 후려치기'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중국 월간 판매순위는 2005년 한 때 2위에서 지난 3월엔 7위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인도공장도 저가차를 앞세운 경쟁사들과의 2라운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생산거점에서 공급물량이 증가할 경우엔 자칫 국내에서 생산돼 해외로 나가는 직수출 물량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마치 '제로섬 게임'처럼 해외 생산물량이 한국의 직수출 물량을 상쇄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글로벌 확장전략의 취지는 퇴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칫 국내외 생산물량간의 '카니발리제이션'으로 600만대 생산목표가 요원해질 수 있다.
▲ 24일 준공된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에서 한국인 직원과 현지 직원들이 사이좋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결국 안방(본사공장)이 든든해야만 글로벌 생산체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도요타 처럼 해외생산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국내공장의 직수출 물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이럴 경우엔 국내공장의 노사안정도 크게 도모할 수 있을 것이고, 현대·기아차가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생산체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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