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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전 10명 중 9명 경고신호 보냈지만..‘가족들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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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16.01.26 12:00:00

복지부, 자살사망자 121명 대상 심리부검 결과 발표
93% 언어·행동이상 등 경고신호에도 가족들 사전 인지 못해
사망 전 의료기관 방문 4명 중 1명 불과… 지나친 음주도 문제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가족에게 다정다감했던 40대 A씨. 그는 사망 6개월 전부터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 식사량도 급격히 줄면서 이전에 입던 옷들이 헐렁해질 정도로 체중이 감소했다. 아내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았으나 신체적으로 특별한 이상은 없고 만성피로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사망 한 달 전부터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아내에게 “죽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사망 당일 출근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 10명 중 9명은 사망 전 가족들에게 ‘자살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가족들 대부분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 93.4% 가족에 경고신호

보건복지부는 25일 ‘2015년 심리부검 결과보고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심리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지난해 정신건강증진센터나 경찰 등에서 중앙심리부검센터로 의뢰했거나 유가족이 직접 심리부검을 신청한 자살사망자 1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대상자 121명 중 2015년 사망한 사람이 56명(46.3%)으로 가장 많았으며 △2014년 사망자 19명(15.7%) △2013년 사망자 19명(15.7%) △2012년 이전 사망자가 27명(22.3%)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리부검 대상자 121명 중 93.4%가 자살 전 언어·행동·정서변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족들에게 경고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유가족의 81%는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상준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지난해 구축한 심리부검 조사 도구를 통해 자살사망자 유가족들을 면담한 결과 자살자들이 죽기 직전 평소와는 다른 정서·행동적인 변화를 보였지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자살예방을 위한 게이트키퍼(생명사랑 지킴이) 교육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보건복지부
88.4% 정신건강에 문제..우울증 74.8%

또한 전체 심리부검 대상자 중 88.4%가 정신건강에 문제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우울장애 비중이 74.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망자 중 사망 직전까지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은 비율은 15%에 그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한 달 이내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한 사망자는 전체의 25.1%에 불과했다.

사망 당시 음주상태인 자살자는 전체의 39.7%를 차지했다. 과다 음주로 대인관계 갈등이나 직업적 곤란, 법적 문제가 있었던 사람은 전체 대상자의 25.6%로 나타났다.

또한 사망자 본인 외 가족이 과다 음주, 주폭 등의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53.7%로 매우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증진, 우울증 등 정신질환 조기발견·치료 활성화와 자살예방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범부처 차원의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2월 중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에서 자살한 사람은 1만 3836명으로 10년 전인 2004년(1만 1492명)에 비해 2344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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