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지노믹트리 대해부]①혈액 버린 승부수…‘얼리텍-C’ 탄생시킨 20년 집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나은경 기자I 2026.07.09 08:02:02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국내 체외분자진단 기업 지노믹트리(228760)의 대표 제품은 대장암 조기진단기기 ‘얼리텍-C’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2019년 출시됐지만,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약 20년에 걸친 연구개발과 검증 과정이 필요했다. 창업 직후 발견한 바이오마커를 검증하고, 혈액 기반 진단에서 대변 기반 검사로 방향을 틀며 개발을 이어간 결과다.

오태정 지노믹트리 연구소장이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팜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지노믹트리)
오태정 지노믹트리 연구소장이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팜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지노믹트리)


지노믹트리 창립 멤버인 오태정 지노믹트리 연구소장은 최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팜이데일리와 만나 “안성환 대표가 미국 텍사스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유전자 차이를 한 번에 비교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 마이크로어레이 기술을 연구했다”며 “당시 경험을 통해 암 조기진단 분야의 성장 가능성과 DNA 기반 바이오마커 기술의 잠재력을 확신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2000년 지노믹트리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당시 최첨단 기술이던 DNA 마이크로어레이는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유전자 차이를 한 번에 비교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기술이다. 오늘날 암 진단 바이오마커 발굴과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며, 이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됐다.



20년 집념이 만든 ‘얼리텍-C’

창업 초기 회사가 가장 먼저 집중한 분야는 대장암이었다. 2004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진과 수행한 국가연구개발과제를 통해 현재 얼리텍-C의 핵심인 SDC2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SDC2(Syndecan-2)는 대장암에서 DNA 메틸화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전자로, 지노믹트리는 대변에서 메틸화된 SDC2 DNA를 검출해 대장암을 선별하는 분자진단 검사를 개발했다.

하지만 우수한 바이오마커를 발견하는 것과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임상 검체를 이용한 반복 검증과 임상적 유효성 입증, 검사법 최적화 과정이 수년간 이어졌다.

개발 과정의 가장 큰 전환점은 혈액 기반 진단을 과감히 포기한 순간이었다. 지노믹트리는 당초 혈액 기반 대장암 진단을 추진했지만 충분한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2014년 미국 이그젝트사이언스의 대변 기반 대장암 검사 '콜로가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자 회사도 개발 방향을 대변 기반으로 전환했다.

오 소장은 “혈액보다 대변에서 바이오마커 검출 성능이 훨씬 안정적으로 나왔고, 결국 대변 기반 검사로 방향을 바꿨다”며 “이 과정에서 극미량의 메틸화 DNA도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는 독자 기술(LTE-qMSP)도 함께 개발했다”고 말했다.

LTE-qMSP(Linear Target Enrichment-quantitative Methylation-Specific PCR)는 대변이나 소변처럼 암 DNA가 극미량 존재하는 검체에서도 메틸화 DNA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지노믹트리의 독자 기술이다. 일반적인 PCR이 미약한 유전자 신호를 증폭하는 수준이라면 LTE-qMSP는 극미량의 메틸화 DNA 신호도 보다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초기 암처럼 암세포가 적은 경우에도 암 신호를 놓칠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그 결과 2017년 파일럿 연구를 마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용 임상시험에 진입했고, 2018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2004년 SDC2 바이오마커를 처음 발굴한 이후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되기까지 10년이 넘는 검증과 기술 고도화 과정이 이어진 것이다.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기기 ‘얼리텍-C’ (사진=지노믹트리)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기기 ‘얼리텍-C’ (사진=지노믹트리)




확진보다 선별…새로운 시장을 만들다

얼리텍-C 상용화 이후 회사는 축적한 메틸화 플랫폼을 바탕으로 적용 암종을 넓혀갔다. 첫 번째 확장 대상은 방광암이었다. 지노믹트리가 대장암과 방광암을 우선 사업화 대상으로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노믹트리가 개발하는 제품은 암을 확진하는 검사보다 암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보조진단 검사에 가깝다.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나오면 내시경으로 쉽게 확진할 수 있는 암종이 사업화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대장암은 대장내시경, 방광암은 방광내시경이라는 표준 진단법이 이미 확립돼 있다.

오 소장은 “우리 검사는 암을 찾아내기보다 암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걸러내는 '룰 아웃'(Rule-out) 검사”라며 “이런 검사에서는 비(非)환자를 가려내는 특이도보다 실제 암 환자를 놓치지 않는 민감도와 음성예측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얼리텍이 공략하는 암 선별검사 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다. 그래서 의료진의 인식 변화와 건강검진 시장 확대, 보험 제도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은 단기적인 과제다. 반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경우 초기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이 임상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높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선발주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20년 동안 축적한 DNA 메틸화 기술은 이제 대장암과 방광암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얼리텍-C의 건강보험 등재를 추진하는 한편, 전립선암과 폐암 진단제품 개발, 메신저 리보핵산(mRNA) 치료제 플랫폼 연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 소장은 “처음에는 바이오마커 하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20여 년간 축적한 연구 경험과 임상 데이터 덕분에 새로운 암종으로의 확장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며 “진단 분야에서 쌓은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치료 분야에서도 하나씩 성과를 입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