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링크 금지"…밈주식 성지 레딧, 머스크 '나치식 경례'에 보이콧

양지윤 기자I 2025.01.23 10:40:55

레딧 커뮤니티서 X 링크 금지 확산
"X 저질 정보 출처로 전락" 비판도
팬데믹 당시 ''개미들 반란'' 성지 파급력 주목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개인투자자의 성지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독일 극우정장 지지에 나치 경례 논란에 휩싸이자 레딧 이용자들은 게시판에 X 링크 금지를 선언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형 실내경기장 캐피털원 아레나 무대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22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딧의 수천개의 포럼에서 X의 링크를 금지하거나 보이콧을 논의 중이다. 취미 스포츠, 지정학, 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포럼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포뮬러1 경주 관련 커뮤니티의 운영자는 X의 콘텐츠를 “시범적으로 링크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들에는 빨간색 금지 표시와 함께 머크스 CEO의 사진이 함께 게시돼 있으며 다른 포럼에서도 비슷한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한 여성 커뮤니티에선 챗봇이 자동으로 X 링크를 제거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해당 공지는 수천개의 찬성 투표를 받았다.

머스크 CEO가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에서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파시스트 경례를 한 게 발단이 됐다. 그는 행사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을 앞두고 연설하는 도중 오른손으로 가슴을 친 뒤 손가락을 모은 채 손을 대각선으로 들어 올리는 나치식 인사와 유사한 동작을 잇달아 취했다. 이를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지자 머스크 자신의 X에 “히틀러라는 식의 공격은 진부하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 지지하고 공동대표인 알리스 바이델과 온라인 중계 대담을 하는 등 노골적으로 우익 성향을 드러내고 있어 진정성 없는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레딧에선 X에 대한 보이콧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온라인 시위를 통해 나치즘에 대한 “무관용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치를 떠올리는 경례에 대한 반감 뿐만 아니라 X가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단순히 사용하기 어려운 플랫폼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뮬러1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X가 저질 정보의 출처가 됐다”면서 “X가 유료 사용자의 게시물을 우선시하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레딧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X 보이콧이 다른 소셜미디어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레딧은 미국 최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의 성지로 불렸다. 지난 2021년 ‘게임스톱 사태’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레딧의 주식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벳츠를 중심으로 월가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개미들의 반란’을 일으킨 화려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뉴스, 엔터테인먼트, 개인적인 조언을 찾는 이들이 찾는 정보 제공처로 거듭났다.

데이비드 더닝 미시간대 심리학 교수는 “레딧은 사람들이 만나고, 조직을 만들 수있는 광장”이라며 “이번 보이콧이 사람들이 정치적 양극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X는 보이콧 움직임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고, 레딧은 회사 정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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