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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문 열렸다”…바이낸스서 8조 턴 北 해커들, AI로 날개 달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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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기자I 2026.11.01 15: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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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바이낸스서 역대 최대 가상자산 탈취
유엔 "사이버 공격, 北외화 수입 절반 차지"
어린 시절부터 해커 양성…정예 조직 체계화
은행 해킹서 가상자산 탈취로…AI 악용 우려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3억달러(약 8조 4000억원) 규모의 해킹 사건과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美FBI, 처음으로 ‘北 배후’ 확인

31일(현지시간) FBI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바이낸스의 63억 달러 이상 가상자산 탈취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북한이 배후로 거론됐으나 미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BI는 북한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이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면서 이들이 탈취한 자산을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향후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이용해 자산을 추가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다음 단계의 자금세탁을 준비할 것으로 FBI는 예상했다.

이에 FBI는 민간 사업자들에게 트레이더트레이터 조직이 탈취한 가상자산을 세탁하는 데 사용하는 주소와 관련된 거래 및 해당 주소에서 파생된 거래를 차단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낸스 로고(사진=로이터)
바이낸스 로고(사진=로이터)
바이낸스는 지난달 30일 해킹으로 가상자산이 무단 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추정 피해 규모가 총 63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상자산 산업 역사상 단일 해킹 사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에 대해 “외부 세계와 단절됐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공격 주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 및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탈취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는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북한은 1990년대는 위조지폐, 2000년대 마약 밀매를 거쳐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이후 가상자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라자루스를 비롯한 북한 해킹 조직들은 2022년 로닌 네트워크(6억2000만달러), 2024년 DMM비트코인(약 3억800만달러), 지난해 바이비트(15억달러)를 잇달아 표적 삼아 거액을 탈취했다.

北해킹, 제재 뚫고 무기 자금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사이버 공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2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패널은 2017~2023년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통한 수입이 전체 외화 수입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탈취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무기 개발에 활용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 비용의 약 40%를 충당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 해킹 조직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소니픽처스의 전산망이 공격받아 내부 문서와 대량의 데이터가 유출됐다. 미국 당국은 북한 정권의 지원을 받는 라자루스 그룹을 배후로 지목했다.

2016년에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유한 계좌에서 약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를 탈취하려는 시도가 발생했다. 중간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해커들은 8100만달러(약 1081억원)를 빼돌렸다.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급성장하고 기존 은행들이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공격 대상도 가상자산 거래소 등으로 확대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이후 약 100건의 해킹을 통해 128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올해 탈취액은 바이낸스 사건을 포함해 74억달러(약 9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해킹 사건이 알려진 뒤 동결된 자금을 차감하지 않은 총 탈취액 기준이다.

어린 시절부터 육성…국가 차원 사이버전

북한은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 체계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FT는 분석했다. 북한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선발해 전문적인 사이버전 교육을 실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발된 학생들은 3~5년 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받은 뒤 우수 인력은 대학 전문과정으로 진학한다. 일부 정예 요원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추가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위원회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평양 모란봉대학이 군사학과 해킹, 암호 해독을 결합한 5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사이버 작전에는 지원 인력을 포함해 약 8400명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FT에 “북한 해커들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숙련된 사이버 행위자들”이라며 “국내에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외국 기관을 적극적으로 표적 삼아 해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킹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규모는 2024년 13억 4000만달러(약 1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20억 2000만달러(약 2조 6983억원)로 불어났다.

특히 이번 사건은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사이먼 최 스텔스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증가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해커들의 취약점 탐색과 공격 자동화를 돕는 등 해커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면서 “북한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어 지옥 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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