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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상법 개정 강행 모드…해외 전문가들 "부작용 크다"(종합)

김정남 기자I 2025.01.20 14:27:51

한경협, 해외 주요 로스쿨 교수들 상법 개정안 설문
68% "이사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법 개정 부정적
野, 이르면 이달 개정 추진…경제계 반발 부딪힐듯

[이데일리 김정남 조민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요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경영 위축을 이유로 한 경제계의 우려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한국경영인학회에 의뢰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코넬대, 일본 히토츠바시대 등 해외 주요 로스쿨 교수 2000명을 대상(25명 응답)으로 이사의 충실의무의 범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8%는 충실의무 주요 대상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회사’라고 답했다. ‘회사·주주’(32%), ‘주주’(8%), ‘회사·주주·이해관계자’(4%) 등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라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의미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은 이미 이사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임을 명시하고 있다. 주주, 회사·주주, 회사·주주·이해관계자 등으로 답한 응답자들에게 주주를 포함한 이유를 물었더니,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므로 둘의 구분은 형식적’이라는 응답이 28%로 가장 높았다. 한경협 관계자는 “해외 상법 전문가들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충실의무 대상을 굳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상법 개정이 소수주주 보호에 효과적인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8%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효과가 있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그 폐해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국이 상법을 개정한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답변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한경협 관계자는 “이사 충실의무가 회사법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에 섣불리 법을 개정하는 경우 기업 경영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의 가치를 올리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36%), ‘이사의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것’(28%) 등의 응답도 많았다.

히토츠바시대의 B 교수는 “다수주주, 소수주주를 불문하고 주주가 자기 이익을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을 수시로 강제할 수 있다면,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 지속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이사의 재량권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며 “모든 주주의 이기적인 요구로 회사의 지속 발전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각자 다른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자칫 이사들이 배임 소송에 몰리고 미래를 내다본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와 궤를 같이 하는 의견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당 주도의 거야(巨野)는 이르면 이번달 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다수의 해외 교수들은 충실의무 확대가 소수주주 보호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상법 개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배치되고, 소송 증가, 투자 위축 등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입법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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