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성폭력 가해자 '감봉'그친 軍..법원조차 "가볍다"

전재욱 기자I 2023.02.23 13:37:09

자정까지 술 강권하고 귀가하면서 신체 접촉
이예람 중사 사건과 며칠새 일어난 유사 비위
강등 조처했다가 감봉으로 징계 수위 낮춰
법원 "여군 성희롱은 최하 강등..감봉은 약하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후배 여군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현역 군인이 강등 처분을 받았다가 감봉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군인이 반발하자 내부 검토를 거쳐 징계 수위가 낮춘 것이다. 이 사건은 이예람 중사 자살 사건과 며칠 사이로 발생했으나, 엄격해진 성 군기 잣대를 피해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육군 부사관 A씨는 2021년 11월 품위유지 위반과 성희롱 혐의로 감봉 3월의 처분을 받았다. 처음에는 강등 처분을 받았지만 A씨가 불복하자 징계 수위를 강등보다 낮은 감봉으로 낮췄다.

해당 성희롱 사건은 그해 5월 일어났다. A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부하 여군 부사관을 부대 밖으로 불러 억지로 술을 마시라고 권했다. 술자리는 수차례 자리를 바꿔가면서 자정 무렵까지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A씨는 피해자의 손을 잡았다. 피해자가 거부하며 뿌리치자 재차 손을 잡았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그러자 근처 숙박업소를 가리키며 함께 묵어가자는 말도 했다.

피해자 여군은 미혼이지만 교제하는 연인이 있었고, A씨는 유부남이었다. A씨는 자신을 거부하는 피해자에게 부대원이랑 성관계를 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어느 날은 병원을 가는 피해자에게 “임신했느냐”고 물었다.

A씨의 성희롱이 발생하고 며칠이 지나고 2021년 5월21일 이예람 공군 중사가 상관의 성폭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상관과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시고 함께 귀가하는 과정에서 성추행이 일어난 점에서 유사했다. 이후 군은 성(性) 군기를 바로잡기로 하고 관련자를 엄단하기로 기조를 정했다.

이런 기조에서 육군은 그해 9월 A씨의 계급을 강등하기로 하는 징계를 의결했다. 강등은 파면 다음으로 수위가 세다. 그러나 A씨가 불복하자 내부 논의를 거쳐 징계 수위를 다시 감봉으로 조정했다.

이 사건은 A씨가 감봉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내면서 드러났다. 법원은 A씨가 육군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를 모두 징계 대상으로 인정하고 ‘징계 수위가 가볍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군 징계규정상 성희롱은 기본 징계가 ‘정직’이고, 가중 요소가 있으면 ‘파면’ 혹은 ‘강등’이다”며 “이 사건은 가중 요소인 ‘피해자가 여군인 경우’에 해당하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 사건은 징계 규정에서 정한 징계 범위보다 더 약한 징계인 ‘감봉’ 처분이 이뤄졌다”며 “A씨 행위나 정도, 경위를 고려하면 감봉 처분이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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