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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사법화 시대…법관, 편파적이란 평가 두려워해야"

성주원 기자I 2025.04.09 10:58:38

판사 출신 한상규 아주대 교수, 논문 통해 지적
형사법, 본질적으로 정치적 성격…공정성 중요
법관, 성찰·논증 통해 중립성 스스로 증명해야
국민 신뢰 위해 재판의 설득력·투명성 높여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최근 정치의 사법화로 재판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판사 출신 법학자의 경고가 나왔다. 정치권이 재판 결과를 두고 극단적으로 반응하며 사법부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상황에서 법관은 스스로를 성찰하며 국민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한상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규(사법연수원 24기)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가 발간한 법학연구 제76집에 발표한 논문 ‘형사법의 정치적 성격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 정치의 사법화 시대 법관의 독립을 위하여’를 통해 법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뗄 수 없는 관계 된 법과 정치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 정치인에 대한 사법부 판단을 둘러싼 논쟁은 이같은 문제를 잘 보여준다. 누군가는 사법부를 칭찬하고, 다른 이는 비난한다. 이로 인해 자칫 법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 교수가 법과 정치의 관계, 법관의 역할을 주목한 이유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형사법은 개인과 사회뿐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의 조선형사령이나 나치 시대의 형법은 정치적 목적을 뚜렷이 드러냈다.

한상규 교수는 “형사법의 정치적 성격은 형법의 본질적 속성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특성이 역사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시대에는 ‘정치의 사법화’라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상황을 뜻한다. 최근 정치인 관련 재판에서 여야가 판결에 따라 사법부를 공격하거나 옹호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한 교수는 이런 현상이 법의 공정성을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법관 중립성은 사법부 신뢰 전제조건

법관은 재판을 통해 사람의 생명, 자유, 재산을 결정짓는 막대한 권한을 갖는다. 동시에 헌법상 강력한 신분 보장을 받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이 독립성이 정치적 압력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 한 교수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사법부가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고 역설했다. 중립성이 깨지면 국민은 사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고, 이는 사회 전체의 정의를 흔들게 된다.

한 교수는 논문을 통해 법관 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신념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과 결과가 중립적으로 보이도록 법과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관, 스스로 성찰하고 논증해야…국민 신뢰가 최우선

한 교수는 “법관은 끊임없이 성찰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그들의 판단과 결정이 정치적 편견이나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검증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성찰과 논증의무’라는 개념으로, 법관이 자신의 결정을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사법행정권 남용 같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봤다.

독일의 경우 법관이 사건을 잘못 처리했을 때 극히 예외적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도 법관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결국 사법부와 법관의 목표는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 교수는 법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정치적 압력을 이겨내는 열쇠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편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며 정치의 사법화 시대에 법관이 중립성을 잃으면 국민이 사법부를 불신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막으려면 법관이 스스로 노력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설득력 있는 재판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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