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 이사는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여러 악재가 단기간에 중첩되며 시장이 기업 이익의 절대 수준보다 과도하게 조정받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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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는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이 과거처럼 적자 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작고, 서버 수요 확대로 이익 체력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과거 사이클 저점과 최근 상승 국면의 밸류에이션을 함께 고려해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3~1.4배를 시장의 최저 밸류에이션으로 제시했다. 이를 코스피에 적용하면 약 5800~6250선이다.
그는 “코스피가 현 수준에서 1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모든 악재를 위기 수준으로 반영해도 6000선 정도가 하단을 지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 지수대는 이미 여러 악재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보다 조정 이후의 회복 경로에 주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 이사는 “추가로 급격한 가격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코스피가 6000선에 오래 머물 가능성은 낮고, 다시 7000선 초중반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빅테크 실적을 통해 AI 수요의 지속성이 확인되면 시장도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수가 곧바로 전고점으로 복귀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매물을 소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점 부근의 대기 매물로 코스피가 8000선 중반에 가까워질수록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지고, 이후에는 빅테크 실적과 반도체 이익의 지속성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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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서는 수출과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과 산업의 절대 규모가 축소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기저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과거 7억~8억달러(약 1조~1조 1600억원)에서 최근 20억달러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기업 이익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순이익이 2025년 217조원에서 올해 759조원, 내년 1019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더라도 순이익이 1000조원 안팎에서 유지된다면 과거와 같은 전형적인 반도체 하강 사이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 이사는 “증가율이라는 모멘텀은 둔화할 수 있지만 이익의 레벨 자체는 크게 달라졌다”며 “반도체가 과거처럼 적자로 돌아갈지, 높아진 이익 수준을 유지할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공급계약(LTA)에 따른 SK하이닉스의 단기 실적 추정치 하향 가능성도 인정했다. 다만 장기계약은 가격과 물량의 가시성을 높여 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중장기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인 만큼, 이를 곧바로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빅테크 클라우드 매출이 관건…AI 투자 지속 전망
향후 증시 반등 지속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는 빅테크의 클라우드 매출을 꼽았다. AI 투자가 점유율 경쟁의 성격을 띠는 만큼 하이퍼스케일러가 단기적인 현금흐름 부담만으로 설비투자를 급격히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올해 CAPEX가 전년 대비 82.3% 증가한 75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이사는 “AI 시장은 최종 승자가 시장을 가져가는 점유율 싸움”이라며 “투자를 줄이는 순간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어 단기적인 현금흐름 부담만으로 투자 기조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CAPEX 증가율 자체보다 클라우드 매출과 실제 AI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AI 모델의 토큰 효율성 개선 역시 메모리 수요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됐던 일부 연산이 중앙처리장치(CPU)와 외부 장치로 분산되면 범용 메모리 사용이 늘고, 외부 데이터와 AI 모델 사이의 통신량이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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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는 주택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임금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격차도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리가 추가로 오르기보다 현 수준에서 횡보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처럼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 업종별 양극화도 심화할 것으로 봤다. 김 이사는 “시장은 지금의 금리를 이길 수 있는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으로 나뉠 것”이라며 “금융·IT는 상대적으로 견조하겠지만 건설과 음식료·소매 등 내수 업종은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반의 수급 부담은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 수급 측면에서는 고객예탁금이 여전히 1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도 약 0.5%에 그쳐 대규모 반대매매 위험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 보유 비중도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낮아져 추가 매도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은 정책 일정이 구체화하는 9월 전후를 정상화의 계기로 꼽았다.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을 통해 시장 정비가 이뤄지는 가운데 2차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판매와 코스닥 승강제 최종안 등이 맞물리면 코스닥 시장에도 정책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시장 상황이 반도체 피크아웃과 지정학적 위험, AI 투자 둔화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던 지난 3~4월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는 “당시에도 악재가 집중되며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렸지만 불확실성이 완화되자 반등했다”며 “지금은 3~4월의 학습효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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