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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는 “68년 전의 기록이 오늘 아침 기사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며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 제청 반려 가능성과 함께 과거 선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그가 소개한 사건은 1957년 12월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가 퇴임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당시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회의는 후임 대법원장으로 김동현 전 대법관을 제청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변호사가 한 교수의 저서를 인용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은 1958년 1월 16일 국무원 사무국장 명의로 법원행정처장에게 “귀하가 대법원장으로 제청한 김동현 씨는 임명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별도의 거부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 교수는 저서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더라도 “국법상 독립한 사법기관의 유효한 법적 행위를 대통령이 하등의 법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은 국가기관 상호존중 원칙에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특히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에 직결된 사안에서 이 같은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횡포라 아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후 법관회의에 친서를 보내 당시 집권 자유당의 경북도당위원장이던 이우익을 대법원장으로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법관회의는 정당에 몸담은 인사를 사법부 수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후 자유당 의원들은 법관회의의 대법원장 제청권 자체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는 “사법권의 독립을 유린하는 것으로 삼권분립제도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고 반발했다.
1958년 3월 13일 대한변협이 개최한 ‘대법원장 임명제청권 삭제 개정 법률안 반대 전국변호사대회’에는 퇴임한 지 석 달가량 된 김병로 전 대법원장도 참석했다.
정 변호사가 소개한 한 교수의 저서에 따르면 김 전 대법원장은 당시 사법부 조직을 바꾸는 입법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을 묻지 않은 정치권을 향해 “방자하다”며 “주인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혼자만 결정을 내리는 것과 같이 방자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자유당은 관련 법안을 철회했고 이우익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1958년 당시 대법원장 임명제도와 현재 대법관 임명제도가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본질적인 질문은 같다”며 대통령의 임명권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장은 제청하고, 국회는 동의하고, 대통령은 임명한다”며 “헌법이 굳이 세 기관에 권한을 나누어 놓은 것은 어느 한 권력이 사법부의 구성을 마음대로 좌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하고 기존 후보 가운데 다른 사람을 골라 다시 제청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한 번 반려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반려하면 된다”며 “결국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 나올 때까지 제청을 반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제청권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이냐”며 “임명권이 제청권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제청권은 그렇게 형해화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한 교수의 저서에 1958년 당시 법관회의가 대통령의 거부 가능성을 의식하면서 최선의 인물이 아니라 대통령도 받아들일 수 있는 ‘차선’, 사법부에 위해를 끼치지 않을 ‘최소한의 인물’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청와대가 과거 사례를 선례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 선례가 하필이면 이승만 정부의 사법부 장악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한인섭 교수님이 ‘대통령의 횡포’라고 평가한 바로 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에는 따라야 할 선례가 있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가 있다”며 “1958년 김병로와 당시 법조인들이 지키려고 했던 것은 김동현이라는 한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임명권이 사법부의 인사권을 집어삼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권력분립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헌법적 권고가 아니라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고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대방의 헌법적 권한 앞에서는 자제하라는 명령”이라며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68년 전 경무대에서 벌어진 일을 오늘의 청와대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역사의 반면교사가 어느 순간 ‘선례’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