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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온라인에 공유된 글 가운데 ‘기동대 괴롭히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은 경찰관을 상대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는 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해당 글 작성자는 “CIA 신고보다는 좀 더 까다롭긴 하다”면서 “경찰들이 가장 번거로움을 느끼게 하는 법”이라고 적었다. 앞서 윤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인 CIA에 탄핵에 찬성한 유명인들을 신고하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민원을 넣으면) 해당 경찰은 많은 서류와 싸우게 된다”면서 “신고에 걸려 태업이 인정되면 월급이 3개월 잘린다”고 썼다.
이 같은 민원은 실제로도 다수 접수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민원 담당 경찰 관계자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집회가 많아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민원 수도 덩달아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공유된 글을 보고 민원을 넣어봤다는 장모(49)씨는 “민원을 넣는 건 내 자유”라면서 “관저 앞에서 시위할 때 우리를 밀길래 폭행당했다고 생각해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인간띠가 돼 시위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들의 신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버젓이 공유되기도 한다. SNS에서는 집회 현장에서 기동대원에게 ‘관등성명을 대보라’거나 ‘중국인이냐’고 묻는 영상과 함께 경찰의 얼굴이 그대로 공유되는 영상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경찰이 상대편은 제지하지 않고 우리 편만 막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에게 항의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원을 넣거나 영상을 찍어 압박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을 찍던 30대 남성 A씨는 “민주노총이나 막지 왜 우리를 막느냐”며 “중국 공안이 아니라면 경찰은 같은 국민으로서 우리를 막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 넘는 괴롭히기에 현장 경찰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자칫하다가 과잉진압이 될까 노심초사하며 근무하지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각종 모욕과 민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원 B씨는 “여러 명이 달려들어 코앞에서 욕하고 때리려 해도 그냥 참는 것뿐”이라며 “조금만 반박해도 ‘경찰이 시민을 괴롭힌다’고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들이민다”고 털어놨다.
경찰기동대에서 2년째 근무 중이라는 C씨도 “갖가지 모욕이란 모욕은 다 당하고 민원까지 받다 보면 이 일을 왜 하고 싶어 했는지 후회만 된다”며 “정말 경찰이 잘못했다면 그에 맞는 처분을 받아야겠지만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까지 민원을 넣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욕을 듣고 맞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