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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성 혐오 및 성범죄 관련 의제는 사회의 관심이 큰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을 본 이들은 구체적인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가정에 배포한 공약 책자에서 성범죄 예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없었다. 각 후보와 정당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추가 공약에는 관련 내용이 나오지만, 그마저도 사후 피해자 지원에 무게를 둔 내용이거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빠져 있었다. 적극적인 정책 고민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대선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성범죄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만난 이모(31)씨는 “여성의 권리증진을 생각한다면 출산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안전도 함께 다뤄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공약이 안 보인다”며 “많은 시민이 데이트폭력과 불법촬영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데 대책을 자세히 마련한 후보가 있다면 떴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고모(70)씨는 “토론회를 보면 사실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비방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며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안전하다고 느끼겠느냐”고 했다. 옆에 있던 한 중년 여성도 “성범죄는 단호하게 처벌해서 예방해야 하는데 상대방 헐뜯기에 바쁘니까 누굴 뽑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의 평가도 대동소이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선관위에 제출된 정책·공약 중 성평등 의제는 정당을 불문하고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며 “이재명 후보는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를 언급했지만, 안전 정책의 하위 항목으로 ‘여성’이라는 언급 조차 없이 협소하게 다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전반적으로 예방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맞는데 가해자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며 “조기 대선이라 여성들의 안전이나 사회 안전은 논의가 덜 됐고 중요 의제로 부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공약들도 기존에 말해왔던 내용을 다시 쓰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