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령은 내란죄인가…법사위서 공방, 檢은 특수본 꾸려

성주원 기자I 2024.12.06 11:58:48

'국회 침탈' 내란죄 공방…기관장들 '판단 유보'
법원행정처장, 재판 가능성에 입장 표명 회피
'국헌문란 목적+폭동' 요건…위헌성 여부 핵심
검찰, 특수본 구성…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싸고 내란죄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 장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주요 관계기관장들이 ‘수사·재판 가능성’ 등을 이유로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한편 검찰은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박성재(왼쪽 네 번째부터) 법무부 장관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관계 기관장들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왼쪽부터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이완규 법체저장,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조은석 감사원장 직무대행. (사진=뉴시스)
◇내란죄 요건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 형법 제87조는 ‘국헌(헌법의 기본질서)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12·12 및 5·18 사건 판결에서 “내란죄에서 국헌문란의 목적이란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또는 이념적 논의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폭력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동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내란죄의 구성 요건으로는 폭동의 실행 가능성이 강조된다. 폭동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강력한 유형력 행사를 포함하며, 단순한 의견 교환이나 논의를 넘어 실행 계획의 구체성과 현실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내란죄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를 엄격히 처벌하려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계엄령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거나, 국가기관을 강압적으로 무력화하고 특정 정권을 유지하거나 반대 세력을 탄압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내란죄로 적용될 여지가 있다. 특히, 대법원은 내란죄에서 폭동의 실행 가능성을 판단할 때, 합의의 실질적 위험성이나 폭력 행위의 구체성, 그리고 사회적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는 비상계엄이 내란죄의 기준을 넘어서는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국회 법사위서 내란죄 성립 여부 공방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내란죄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 관장 사안은 행정·사법이고 헌법상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입법부, 헌법기관을 건드리지 못하게 돼 있다”며 “국회를 침탈한 이 상황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란죄가 성립하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특히 “12·12 사태 판례에서도 국회를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해 국회의 권능을 불가능하게 한 것을 국헌문란으로 보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형사처벌했다”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 의원이 짚은 12·12 사태 판례와 계엄법 규정 등에 동의하면서도 이번 계엄령 사태가 내란죄 성립 범죄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추후 법원이) 재판을 맡게 될 수도 있어 ‘해당한다, 안 한다’는 말씀을 드릴 지위는 아닌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은석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이전에 미국의 모 대법관은 증거와 본질을 논하기 이전에 ‘보면 안다’는 논리로 판결한 사례가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탄핵 등 헌법적 절차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개인적 의견 표명을 자제했다. 김 처장은 “비상계엄 위헌성과 관련해 현재 4건의 사건이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檢, 직접 수사 착수…형법상 직권남용죄 적용 검토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5일 “법령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가능하다”며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은 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지만,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수사한 뒤 관련 범죄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내란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현재 내란죄 고발 사건은 검찰, 경찰, 공수처에 각각 접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박 총장을 대상으로 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특별검사나 합동수사본부 등 별도 수사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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