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230억원 날아갔는데…軍 '뒷북' 사고조사 결과 발표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달 17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군 비행장에서 육군 중고도 정찰 무인기 ‘헤론’이 착륙하다 지상에 계류돼 있던 수리온 헬기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당 가격이 30억 원인 헤론과 약 200억원의 수리온 헬기가 전소됐다. 또 다른 수리온 헬기 1대에서도 추가로 외부 긁힘 현상이 식별됐다.

육군은 사고 발생 직후 육군본부 정보차장(준장)을 위원장으로 중앙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비행정보 녹화영상과 비행장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비행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인적 과실이나 장비 결함, 장비 정비체계, 군 기강 해이 등의 문제점은 식별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육군은 10일 “무인기의 자동착륙 과정에서 1차 돌풍에 의한 비행체 급상승과 이후 활주로 착륙 시 2차 돌풍 및 측풍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매체가 보도한 자동착륙시스템을 조종사가 인지하지 못해 수동으로 착륙하려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면서 “해당 무인기는 2016년 최초 도입 시부터 자동 이·착륙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서 이·착륙 과정에 조종사가 수동으로 개입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17일 경기도 양주 군 비행장에서 무인기와 헬기 충돌로 인해 발생한 화재 진화 후 모습. 수리온 헬기와 무인기가 전소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갑작스런 돌풍으로 전고16.6m, 전장8.5m 크기의 무인기가 급상승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2차 착륙시 돌풍에 더해 옆에서 부는 측풍으로 무인기가 헬기로 돌진했다는 얘기인데, 당시 풍속이나 풍향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무인기가 활주로로 착륙하면서 우측으로 회전했기 때문에 바람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불었다고만 했다.

게다가 사고 당시 헬기 주기장과 무인기 착륙 지점이 가깝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지만 이격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규정 위반은 없었는지도 명확지 않다.

육군은 급변풍 측정을 위한 경고시스템의 조기 설치를 대책으로 내놨다. 지난 2016년 헤론 도입 이후 10년 동안 이런 경우가 수차례 있었는데도 예측 및 예고 시스템 없이 운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 사고가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데도 육군은 사고 조사 결과 발표를 정식 브리핑이 아닌 관련 보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갈음했다. 군 내 사고 발생 시 그 조사 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는게 일반적이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 대행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만 ‘보고’하고는, 국민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공개한 모양새가 됐다.

이번 사고로 인한 물적 피해액만 23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민 세금으로 도입한 장비들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감시·정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른 자산들을 끌어와 활용해야 했다. 그런데도 군은 국민들은 몰라도 되는 일로 치부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