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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16일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재학생 2000명 이상 151개 4년제 대학의 기숙사비를 조사한 결과 1인실 기준 연세대가 월 평균 62만9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건국대 58만5000원 △숭실대 53만7000원 △차의과학대 50만3000원 △한국외대 50만2000원 △고려대 49만2000원 △동국대 47만6000원 △이화여대 45만3000원 △한양대·가천대 45만1000원 순이다. 주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들의 기숙사비가 상대적으로 비쌌다.
◇ 대학 민자기숙사 평균비용 끌어올려
한 달 기숙사비가 50만원을 넘는 곳은 대부분 민자기숙사다. 1인실 이용료가 월 63만원에 달하는 연세대 SK국제학사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지어졌다. 이어 기숙사비 상위 5개교에 포함된 건국대(쿨하우스)·숭실대(레지던스홀)·고려대(프런티어관) 등도 민자기숙사가 평균 기숙사비를 끌어올렸다.
특히 연세대의 다른 민자기숙사인 ‘우정원’은 기숙사비가 너무 비싸 최근까지 논란이 됐다. 이곳은 2인실 70만원(1인 부담액 기준)으로 연세대 정문 주변 원룸(월 평균 56만원)보다 14만원이나 비쌌다. 연세대 생활관 관계자는 “우정원의 경우 방마다 개별 화장실·샤워실이 따로 설치되는 등 시설이 워낙 좋기 때문에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사용하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 총학생회는 우정원 개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신축 기숙사 비용이 50만원을 넘는 신촌 자취방보다 높은 현실에 절망한다”며 “학교가 학생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기숙사를 짓는 것은 물론 주거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민자기숙사는 2005년 정부가 ‘대학설립운용규정’을 개정, 대학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기숙사를 짓도록 허용하면서 대학가에 확산됐다. 민간자본이 기숙사를 지은 뒤 소유권을 대학에 이전해 주고 대신 기숙사 운영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민간자본이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가 기숙사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투자금을 가져가는 구조여서 기숙사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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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실보다 상대적으로 생활여건이 떨어지는 2인실과 3인실의 기숙사비도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크다. 한국항공대의 경우 2인실 월 사용료가 39만4000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고려대 38만6000원 △건국대 38만2000원 △서강대 37만6000원 △홍익대 34만4000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3인실 기준으로는 인하대가 32만7000원으로 가장 비쌌으며 △성신여대 28만7000원 △한양대 28만5000원 △가톨릭대 27만3000원 △홍익대 26만1000원 순이다.
대학들은 기숙사비 수준이 높은 만큼 시설을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현주 한국항공대 생활관 사감은 “학생들이 교내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편의시설이 기숙사 내에 있어 관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 동서대 1인실 기숙사비 가장 저렴
반면 1인실 기숙사비가 월 10만원대인 대학도 있다. 동서대는 월 10만7000원이면 1인실 사용이 가능하다.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다. 이어 △대진대·강원대(12만3000원) △목포대(134만5000원) △순천대(14만1000원) 등이 1인실 기숙사비가 저렴한 대학으로 꼽혔다.
정정화 동서대 기숙사 행정사감은 “우리 대학의 경우 최근 5년간 기숙사비를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학생 복지차원에서 사용료를 책정하고 있다”며 “특히 1인실의 경우 비교적 오래된 구관에 설치됐기 때문에 오히려 신관 2·3인실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서대는 2인실(13만4000원)과 3인실(8만7000원)의 경우에도 전국에서 ‘저렴한 기숙사 20곳’에 포함됐다.
2인실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기숙사 5곳은 △김천대(8만7000원) △총신대(8만8000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9만1000원) △전남대(9만6000원) △한신대(11만1000원)였다. 3인실 기준으로는 동신대(6만원), 영남대(7만7000원), 위덕대(8만1000원), 아주대(8만2000원), 동서대(8만7000원) 순으로 집계됐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민자기숙사로 대학은 적립금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기숙사를 지을 수 있고 돈을 댄 금융기관은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비싼 기숙사비를 감당하는 학생들의 희생 덕분”이라며 “정부는 민자 기숙사비가 적정 수준으로 책정됐는지 실태조사를 벌여 문제가 있다면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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