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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실험’ 넘어 ‘실전’…국내는 비정형증권 중심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토큰화는 개념검증(PoC)이나 시범사업 단계를 지나 제도권 금융기관의 실제 거래와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활용이 집중된 곳은 기존 업무의 비효율이 큰 담보관리와 환매조건부매매(repo·레포),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채권 발행·결제 분야다.
실제 브로드리지가 운영하는 분산원장 기반 레포 플랫폼 DLR의 일평균 처리금액은 올 6월 기준으로 3570억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토큰화 채권 발행액도 2024년부터 큰 폭으로 늘어 지난해 47억3000만유로를 기록했다. 미국 예탁결제기관인 DTCC와 유럽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 등 시장인프라 기관들이 토큰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다.
반면 국내 토큰증권 논의는 그간 조각투자 등 비정형증권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정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전통 금융상품 중심인 글로벌 흐름과는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2월 공포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토큰화 대상을 주식·채권·펀드 등 정형증권으로 단계적으로 넓히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1단계로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MMF와 사모사채, 신탁방식 비상장주식을 우선 토큰화하고, 이후 공모증권 확대와 온체인 결제 인프라 구축으로 나아가는 구상이다.
“해외 효과, 국내서 그대로 나타난다고 보기 어려워”
보고서는 토큰화에 수반되는 위험요인부터 짚었다. 토큰화 자산이 담보나 다른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쓰이고 여러 스마트 컨트랙트가 연계되면, 시장 불안 시 가격 하락이 추가 증거금 요구와 담보 처분으로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자동화된 환경에서는 시스템 장애나 오류가 거래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특히 플랫폼이 난립하면 유동성이 분산되고, 반대로 특정 인프라에 기능이 쏠리면 그 인프라의 장애가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 연구위원은 “토큰화의 편익은 시장 규모와 거래구조, 기존 인프라의 효율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해외 사례의 효과가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활용 영역별로 기존 업무구조와 개선 필요성을 점검하고, 시스템 구축·운영 비용과 위험관리 부담을 함께 따져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명확성·국채 파일럿·결제 인프라 ‘3대 과제’
보고서가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규제 명확성 제고다.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실제 사업모델에 따라 판단이 필요한 쟁점이 남아 있다. 인가·등록 요건, 참여기관의 업무 범위와 책임, 토큰증권의 수탁·관리, 분산원장 플랫폼과 기존 증권시스템의 연계 등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초기 투자와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한 토큰화 프로젝트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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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주요 활용 영역에 대한 단계적 실증이다. 보고서는 국채 토큰화를 파일럿 프로그램의 우선 대상으로 제시했다. 국채 발행·결제에는 정부와 중앙은행, 중앙예탁기관, 기관투자자가 폭넓게 참여해 기관 간 업무 연계를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국채가 담보로 널리 쓰이는 만큼 담보관리와 레포 거래로 확장할 기반도 된다. 영국은 디지털 국채 ‘DIGIT’의 첫 발행을 내년 1분기까지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기관용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 시범사업을 내년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연구위원은 다만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증 대상을 확대하기보다는, 기존 업무의 비효율이 크고 다수의 시장참가자가 공동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투자자를 기관으로 제한한 펀드와 채권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도입이 가능해, 민간 주도 활용을 파일럿과 병행할 수 있다고 봤다.
세 번째는 토큰화시장 인프라와 결제시스템 구축이다. 보고서는 중앙예탁기관이 기존 전자증권 인프라와 토큰화 시장을 연결하고 공통 업무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은행과 시장인프라 기관이 토큰화 증권의 담보 적격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유로시스템은 올해 3월부터 중앙예탁기관의 분산원장(DLT) 서비스로 발행된 자산을 적격담보로 인정하고 있다. 또 중앙은행화폐 기반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 등 민간 결제자산과의 상호운용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장주식 토큰화에는 ‘신중론’
상장주식 토큰화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자산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주식 토큰 상당수는 법적으로 주식이 아닌 구조화증권이어서, 보유자가 의결권 등 주주권을 갖지 못한다. 미국 나스닥 등의 토큰화 주식 거래도 기존 T+1 결제가 그대로 적용돼 추가 편익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SEC가 지난달 토큰화 주식 거래시설에 거래소 등록 의무를 한시 면제한 만큼, 추가 제도 변화에 따라 확산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 연구위원은 “기존 자본시장과 안정적으로 연계되는 토큰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