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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국채 보유잔액은 2017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왔다. 작년부터 그 흐름이 가속화됐다. 여타 주요국들의 미국채 보유잔액은 작년 11월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연구진들은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미·중 무역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을 계기로 한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을 원인으로 짚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안전, 유동성, 가치보존 등을 운용 목표로 설정하고 다변화와 분산투자 원칙 아래 미 달러화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했다. 중국 외환보유액 내 미 달러화 비중은 1995년 평균 79%에 달했지만, 2017년 58%로 축소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세계 평균(63%)을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 은행들의 경우에도 외화자산 중 미 달러화 비중을 2021년 2분기 이후 78% 수준으로 유지해오다 작년 4분기 들어 76%로 축소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 조치가 중국의 경제·금융 안보를 위협할 잠재 위험으로 인식되면서 중국의 미국채 보유잔액 축소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도 따랐다.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이 장기적 경제·금융 안보 강화를 위해 미국채 보유잔액을 줄이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정부 부채한도 등으로 신뢰를 잃고 있고, 러·우 전쟁 이후 제재 조치들이 국채 보유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러·우 전쟁 이후 위안화 결제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중국의 미국채 보유잔액 축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CIPS(국경간위안화지급시스템)를 통한 위안화 결제액은 2021년 4분기 21조3000만위안에서 작년 4분기 26조1000만위안으로 증가했다.
다만 연구진들은 당분간 중국의 미국채 보유잔액 축소 흐름이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최근 미국 장단기 금리 하락 및 미 달러화 약세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작년처럼 채권평가액 감소와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글로벌 미국채 보유잔액 축소 흐름이 전개되긴 어렵다”며 “작년 중국의 미국채 보유잔액 축소 움직임은 글로벌 금리 상승기와 시기가 겹치면서 그 의도가 과대해석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위안화 국제화 진전 여부로 꼽혔다. 연구진은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 등 위안화 국제화를 자극하는 또 다른 계기가 발생할 경우 중국의 미국채 보유잔액 축소 흐름은 다시 가속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