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만성질환자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추진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만성질환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포함, 성인 대상 백신의 무료 접종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대상포진 백신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또한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질병관리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소아뿐 아니라 생애 전주기 지원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질병청은 상반기 중 국가예방접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에는 가칭 ‘예방접종관리법’을 정부 발의할 계획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사진=질병관리청)

현재 국가예방접종은 감염병예방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하고 있다. 다만, 세밀한 근거 법령이 부족해 제도 변화를 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예방접종관리법으로 체계화시켜 예방접종 범위를 확장시키겠다는 것이 질병청의 계획이다. 지 청장은 “예방 접종은 소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성인과 고령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접종 연령을 확대하고 백신을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 청장은 가장 먼저 만성질환자의 독감 백신 국가예방접종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만성질환자에 대해선 독감 백신 확대를 못하고 있는데 각종 연구 결과 가장 최우선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상포진 백신과 HPV 백신의 무료 접종 확대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국가예방접종 대상이 아니며, 여성만 접종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하고 남성까지 HPV 백신을 무료 접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지 청장은 “한꺼번에 예방접종을 확대하긴 어렵다”면서 “비용효과분석을 하고 효과 분석 결과에 따라 추가하고 있으며 HPV 남아 확대와 대상포진 백신 적용은 일단 우선 순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국가예방접종 확대를 위해 세부 계획까지 마련했다. 정책 수요에 맞는 예방접종 지원을 위해 국가예방접종 도입 및 효과평가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한다. 어떤 백신을 무료 접종할지, 무료 접종군을 얼만큼 확대할지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또한, 무료 접종이 필요한 백신이 비용대비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 이미 무료 접종하고 있는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평가할 수 있게끔 조직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질병청은 예방접종관리위원회를 개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예방접종관리위원회는 국가예방접종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로,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이 참여해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조정한다. 질병청은 예방접종관리위원회 개편 관련 정책연구를 진행, 위원회 상설 전문위원회를 두면 좀 더 빠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다만 국가예방접종 확대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현재 질병청이 국가예방접종에 사용하는 예산은 6000억원이 넘으며, 이는 질병청 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새로운 백신이 추가될수록 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당국과의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둔 지 청장은 “국가 재정을 고려, 재정당국과 상의해 우선 순위를 정하고 무료 접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