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했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는 MBK·영풍 측이 주장한 “유미개발이 이사 선임을 청구한 날짜를 기준으로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허용되지 않았기에 해당 의안 상정은 위법하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가처분 인용이 결정되면서 의결권 경쟁에서 앞선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이 한층 수월해졌다. 현재 MBK·영풍 연합은 지분 40.97%(의결권 기준 46.7%)을 보유하고 있어 최 회장 측 17.50%(의결권 기준 20%)을 크게 앞선다. 한화그룹(7.76%), 현대차그룹(5.05%), LG화학(1.89%) 등 우호 세력과 국민연금(4.51%) 지분을 합치더라도 38.87%에 그쳐 MBK·영풍 측을 앞서지 못 한다.
MBK·영풍 측은 이번 가처분 승리를 위해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기존 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외에 법무법인 태평양, 한누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홍승면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앞선 두 차례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에서 법원이 모두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가처분 인용에 사활을 건 셈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기존과 동일하게 김앤장법률사무소만을 선임했다.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은 대부분 MBK·영풍 측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NBIM), 미국 1·2위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등은 MBK·영풍 측 이사 선임에 찬성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했다. 반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17일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제한(19인) 등에 찬성하며 최 회장 측에 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