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에 文 ‘특사’로 돌파구 마련할까

장영은 기자I 2018.12.31 15:57:26

김정은 文에 보낸 친서로 협상 교착국면에 돌파구
전환점으로 만드는 것은 文 역할
정의용 실장 방북 가능성…김정은 신년사에도 주목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새해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을 차 올렸고 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왔다. 이 공을 유효한 패스로 연결시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골문을 열기 위해선 북미 정상의 결단이 핵심적이지만 골문 앞까지 공을 보내기 위한 남북미 정상의 협업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30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깜짝 친서’는 연하장의 형식을 띤 대화·협상 재개의 신호다. 김 위원장은 비슷한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에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미간 고위급 접촉 등이 모두 북한의 ‘침묵’ 속에 불발되고 북측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즉각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의 겉 표지와 윗 부문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 김정은 美에도 메시지…대화 기조 ‘이상無’

북측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시간 끌기’가 아니고 협상의 조건만 마련되면 언제든 비핵화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뜻을 올해가 가기전에 한미에 재확인시켰다. 특히 남북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자주 만나자’는 내용을 담은 것은 북핵 협상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친서를 통해 정상들간의 신뢰가 확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연내 답방 등이 무산되면서 올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를 다져주고 올해 좋은 흐름을 내년에도 가져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해에는 청와대가 더욱 바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서울 답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만큼 북측과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는 한편 북미 대화 국면에서도 당사자로서 참여하기 위해 고삐를 죄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에 특사를 보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교착 국면서 또 ‘톱 다운’ 방식으로 돌파구 찾나

그동안 남북미간 대화 협상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돼 왔고, 모처럼 생긴 돌파구를 전환의 계기로 이어가기 위해선 정상의 뜻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사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간의 채널인 ‘친서’로 물꼬를 튼 것도 고위급 회담 등의 상향식 방안보단 정상들간의 직접적인 의견 교환을 진행하자는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핵 협상 국면에서 특사단을 적절히 활용해 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과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3월에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미국·중국·러시아를 연쇄 방문했고, 북미 대화과 교착 국면을 보이기 시작하던 9월에도 정 실장은 북한과 중국을 연달아 찾았다.

내년초에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북미 협상 사전 조율 등을 위해 방북하고 이후 방북 결과를 토대로 미국측과도 협의를 벌여 정상들간의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로 내년1~2월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굳이 특사 파견까지 하지 않아도 이후 대화 국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낸 것은 이미 내년도 (북핵 협상과 정상회담 등에 대해) 결단을 했다는 뜻”이라며 “신년사를 통해 북한에서 어느 정도 메시지 발신이 있을 것이다. 미국은 연초에 휴가 기간이 길고, 우리도 내부 여론 수렴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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