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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규 이사 선임 안건 부결은 홍 회장이 한앤코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굳힌 것이다. 앞서 홍 회장은 ‘불가리스 파동’ 이후 지난 5월 기자 회견을 열어 대주주 일가 주식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면서 주식 매각 대상자로 한앤코를 선정하고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가진 주식 전부를 3107억원에 매각키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돌연 지난 1일 한앤코에 주식 매각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매수자 한앤코가 계약에 달린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로써 홍 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건 조건 가운데 `지분 매각`은 당분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아졌고 이날 임시주총 결과로 재확인된 것이다.
오너 리스크의 정점에 선 홍 회장은 앞으로도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 측이 “다음 달 임시주총을 통해 새출발할 것”이라며 “지배 구조 개선을 비롯한 임원진 변동 및 이사회 재구성 등 실질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자진퇴진을 포함한 대폭적인 쇄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남양유업은 현재 홍 회장이 회사 등기이사이자 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홍 회장 모친과 장남, 차남도 모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홍 회장 측 인물이 배재될지 여부를 포함해 어떤 인물로 새 경영진을 구성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홍 회장이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을 번복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경영진 교체 카드로 맞불을 놓아 해소하려한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이달 1일 입장문에서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오너 일가 지분을 매각할 방법이 차단된 상황”이라며 “경영진 교체는 오너 리스크 해소를 위한 ‘눈가리고 아웅식’ 카드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가 홍 회장과의 면담을 거쳐 남양유업의 신임 대표로 자신이 내정됐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밝히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측은 “대표로 내정한 적이 없고 주식회사 구조상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