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충전이 돈된다”…커지는 전기차 인프라 시장에 IPO 앞둔 채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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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연 기자I 2026.03.10 08:30:03

충전 인프라 시장, 전기차 캐즘에도 성장 기대↑
대기업 잇단 철수…입지·운영 경쟁력이 시장 좌우
‘급속충전 5900면‘ 1위 채비, 코스닥 상장 추진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그동안 전기차 산업은 완성차와 배터리 중심으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충전 인프라(CPO·Charge Point Operator) 사업의 성장성에도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 채비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관련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모습이다.

채비 R&D센터 전경.
10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채비는 지난 4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공모는 보통주 1000만주 규모로 모집금액은 희망공모가밴드(1만2300~1만5300원) 상단 기준 1530억원 수준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며 이른바 ‘캐즘(Chasm)’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 시장은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성장 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402억2000달러(한화 약 59조7000억원)로 추산되며, 2023년에는 2388억2000만달러(354조6000억원)로, 2026년부터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는 전기차 충전 시장이 2035년 약 5480억달러(81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CPO 사업은 사업 구조 역시 완성차 산업과 다르다. 완성차 제조사는 차량 판매량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반면, CPO 사업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에 따라 수요가 축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충전 수요는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이미 구축된 충전 인프라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충전 인프라 사업의 매출 기반 역시 함께 커지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전기차 시대의 청바지 산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과거 골드러시 시대에 금을 캐는 사람보다 청바지를 파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다는 비유처럼, 전기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충전 인프라의 가치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책 환경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2035년 신차 판매의 상당 부분을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사에는 무공해차 판매 비율을 의무적으로 달성하도록 하는 규제 체계도 도입했다. 전기차 전환이 정책적으로도 가속화되면서 충전 인프라 산업 역시 구조적인 성장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전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충전은 공동주택 내 완속 충전 중심으로 확산돼 왔다. 그러나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국내 주거 구조와 제한된 주차 공간, 전력 인프라 제약 등이 맞물리면서 완속 충전 방식의 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전 시간이 길어 차량 점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차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충전 수요는 점차 공공 기반의 급속 충전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급속 충전소는 고압 전력 설비와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한때 포스코, KT, LG, SK, 한화, 롯데 등 대기업들도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상당수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자본력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충전 사업의 핵심은 결국 충전기 설치 부지 확보와 안정적인 운영 품질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사업자가 채비다. 채비는 현재 국내 민간 급속 충전면수 기준 약 5900면을 운영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채비의 특징은 충전기 제조(EVSE) 사업에서 출발해 충전 인프라 구축과 운영(CPO)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설계·제조·설치·운영까지 이어지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충전소 운영을 통한 반복 매출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공공 충전 인프라 시장에서도 강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채비는 2017년 이후 환경부 공용 급속충전기 구축 사업에서 약 60% 수준의 수주 비중을 유지하며 국내 충전 인프라 확산을 주도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2023년 서울시 공영주차장 민간투자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채비는 10곳에 참여해 6곳을 따내며 절반 이상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월드컵공원 주차장, 천호역 공영주차장, 서울대공원 주차장 등 핵심 관유지를 선점했다. 관유지는 부지 임대를 통한 수익 극대화 이전에 가장 높은 수준의 운영품질을 요구하는 대신, 개방된 지상 공간에 위치하면서 접근성이 뛰어나 전국 충전소 대비 평균 가동률이 약 50%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채비는 이외에도 서울시 전기차 급속충전 사업자로 6년 연속 선정, 환경부 충전시설 보조사업 수행기관으로 8년 연속 선정되며 공공 부문에서 신뢰도를 쌓아왔다.

운영 품질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공공 급속충전시설 품질 지표 분석 결과 채비는 경쟁사 대비 고장률이 약 2배 낮고 장애 대응 속도는 약 1.5배 빠른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가 본격화될수록 충전 인프라 사업자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판매 경쟁 이면에서는 충전 인프라를 확보한 사업자들이 새로운 인프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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