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모 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재테크 방법을 검색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라고 기재돼 있는 한 회사를 알게 됐다. 이 업체는 캐릭터를 6만원에 사면 며칠 후 9만원에 팔아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커뮤니티 카페를 들여다보니 거래도 왕성해 보이고 돈을 벌었다는 ‘인증글’도 많았다. 그래서 조모 씨는 400만원을 투자해 캐릭터를 샀다. 하지만 나흘 뒤 약속했던 수익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캐릭터를 살 수만 있을 뿐이었다. 한 달 여를 참은 조씨가 항의 글을 남기자 플랫폼은 사이트를 재정비 중이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다 사이트는 차단됐다. 조씨는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 함께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3일 금융감독원은 고수익 재테크라고 투자자를 속이는 ‘유사금융플랫폼 사기’는 수익원이 전혀 없으며 신규 회원의 투자금으로 기존 회원에게 돈을 돌려주는 ‘폰지사기’ 형태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기준금리가 0.50%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율로 현혹하는 투자처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상 원숭이나 용 등 가상의 캐릭터를 회원들끼리 사고팔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 몽키레전드, 드래곤스타 등도 등장했다. 이 업체들은 P2P(Peer to Peer:개인대개인) 사업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혁신 재테크 방식이라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단계 사기에 가깝다.
몽키레전드의 경우 원숭이 캐릭터를 일정 기간 보유하면 가격이 상승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후 가입한 회원들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캐릭터를 사도록 하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를 하고 있다. 거래가 반복될수록 캐릭터 가격은 상승하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돈을 찾을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가장 마지막에 캐릭터를 들고 있는 사람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들 플랫폼은 돌려막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회원들이 신규회원을 데려오면 현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몽키레전드의 경우, 건당 최고 7000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캐릭터를 팔아서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서비스에서 나갈 수 없게 캐릭터가 일정 가격에 도달하면 또 하나의 캐릭터를 여러 개로 분할하는 방식도 썼다. 만일 회원들이 단체 카톡방 등에서 부정적인 의견이나 돈을 받지 못했다는 항의를 남기면 이들을 단속하고 관리하기도 했다.
몽키레전드나 드래곤스타 외에도 별이나 유니콘, 건물, 과일 골프공 등 가상의 캐릭터를 사고파는 유사금융플랫폼 사기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은 시중 금리보다 너무 높은 수익을 약속하면 일단 사기를 의심하라고 조언한다. 고수익에는 항상 위험부담이나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개념’이나 ‘혁신 재테크’ 등의 단어에 주의하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지인이 ‘자신만 아는 정보’라며 투자를 권유하더라도 다단계 투자사기일 수 있다는 점도 각별히 주의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일정 회원이 유치돼야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돌려막기 다단계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또 운영자가 시스템을 만들어 거래하는 경우에는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정 사이트에서만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거나, 업체가 만든 시스템 안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면 운영자가 거래 가격을 조작하거나 허위 거래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면 일방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금감원은 “금융을 가장한 사기거래에 대해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통하여 소비자 피해 예방에 더욱 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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