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임단협의 계절’..현대차 노사 가시밭길 예고

김성진 기자I 2023.05.22 15:30:47

오는 24일 대의원 회의..요구안 확정
집행부, 정년 60세→65세 연장 공약
역대급 실적에 임금협상도 난항 예상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다음 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가운데 올해 노사 합의는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노조는 정년 연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정년 연장을 관철시키고자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현대차 노사의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의 맥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4일 울산에서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단체교섭 요구안을 논의한다. 이번 대의원 대회는 이틀에서 사흘 정도 진행될 예정이며 노조는 대회 마무리와 함께 구체적인 요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노조가 확정한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하고 나면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된다.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사진=현대차.)
이번 단체교섭 요구안의 핵심은 바로 정년 연장이다. 현재 만 60세의 정년을 만 65세까지 5년 늘리는 게 노조의 목표다. 최근 노조 내부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의제로 정년 연장(66.9%)이 꼽혔다. 정년 연장은 지난 2021년 말 당선된 안현호 지부장이 이끄는 9대 노조 집행부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노조는 노조 신문을 통해서도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년 연장은 사측이 가장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노사간 의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사측에서는 고용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고, 무엇보다 고용 유연성도 크게 저하될 것으로 보고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부터 정년 연장은 한 번도 손쉽게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노사는 정년 연장을 두고 사투를 벌여왔다. 지난 2007년 기존 만 58세의 정년에 계약직 1년을 추가하는 데만도 수년간의 파업과 진통이 있었다. 이후 현대차 노사는 지난한 협의 과정을 거쳐 2011년 만 59세 퇴직 후 계약직 1년 연장으로 늘렸고, 2014년에는 만 60세로 합의를 봤다. 현재 만 60세 정년 후 계약직 1년 연장은 지난 2019년 합의된 내용이다.

게다가 올해는 현대차가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해 성과급 등 임금협상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119.6% 증가한 9조819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노조가 이를 근거로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금협상안 초안에는 기본급 18만원대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정년 연장과 임금 인상 등 강력한 요구를 준비하고 있지만, 파업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사 문제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미 현대차가 올 초 특별 성과급으로 현금 400만원과 주식을 지급해 회사의 성과를 공유했고, 4년 연속 무분규 상황에서 갈등을 원하지 않는 조합원들도 있을 수 있다”며 “파업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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