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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위기에 웃는다…유럽 방산업체 시총 열흘새 61조↑

방성훈 기자I 2025.03.05 11:12:37

종전 기대로 오른 방산주, EU 재무장 계획에 2차 랠리
최근 열흘간 주요 방산업체 시총 400억유로 불어
"8000억유로 자금동원…항후 2년 자본 투자 급증할듯"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전면 중단했지만, 유럽 방위산업 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유럽이 미국의 지원 중단에 대응해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을 내놓으면서 주요 방산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독일 라인메탈의 레오파드 2 탱크. (사진=AFP)


4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BAE시스템스, 독일의 라인메탈, 프랑스 탈레스 등 유럽 대형 방산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최근 10일 동안 21% 불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억유로(약 61조 8600억원) 규모다.

그동안 유럽 방산주는 우크라이나 종전 기대로 상승했는데, 이날 유럽연합(EU)이 미국의 군사지원 중단에 대응해 재무장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2차 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유럽 방산업계에는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EU의 재무장 계획은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 역량을 구축하고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촉진하기 위해 최소 8000억유로(약 123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동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각 회원국들의 연간 군사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씩 늘려 새로운 목표인 GDP 대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더 많은 현금이 유입되는 만큼 유럽 방산업체들의 자본 투자도 향후 2년 동안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역시 라인메탈이나 프랑스-독일 합작 방산업체인 KNDS 등과 함께 자체 방산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EU는 덴마크가 개척한 접근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우크라이나 제조업체 간 계약에 현금을 투입했는데, 그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자국에서 생산한 곡사포 18문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과 영국은 지난 3년 동안 연간 GDP의 0.2% 미만을 우크라이나에 할당했다. 이는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며 “유럽 주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여유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미국의 빈자리를 메울 만큼 유럽 방산 업계의 확장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이탈리아의 아스터 방공 미사일의 납품 기간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폭 단축했음에도 여전히 18개월에 달한다. 기존에는 42개월이었다.

영국의 전략가인 로렌스 프리드먼은 “패트리어트 방공시스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과 같은 무기는 미국만 제공할 수 있고 품질도 최고 수준”이라며 “정보와 물류를 지원하면서 이러한 장비를 유럽이 빠르게 복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기성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유럽은 주로 미국이나 한국에서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키어 자일스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평화협정의 주요 장애물로 여긴다면 미국 기업의 무기 수출 허가를 거부하거나 판매하는 무기의 성능 제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톰 월드윈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한국의 생산량 대부분은 2022년 이후 160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한 폴란드와 한국군에 이미 배정돼 있다. 스스로 최전선 국가로 간주해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늘린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 구매를 연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결국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자체 방산 업계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럽이 수십년 동안 미국이 제공하는 공중 급유, 중량물 운반, 물류, 공중 및 우주 기반 정보, 감시 및 정찰 등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자일스 연구원은 “유럽 및 우크라이나 방산 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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