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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제도 훌륭하다” 개헌은 불가능하다 [이슈 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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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I 2026.09.08 12: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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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 87년 체제의 산물…여야·국민 공감대에도 개헌 난항
-대통령 4년 중임제(연임제) 개헌, 대선·총선 시기 논란에 ‘불가’
-권력구조는 맛보기, 영토조항·기본권 등 사회적 합의 미지수
-당청, 개헌 필요성·추진에도 ‘연임 개헌’ 여부 놓고 여야 공방

국회의사당 전경(사진=연합뉴스)
국회의사당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현행 헌법은 87년 체제의 산물이다. 당시 권력구조를 ‘대통령 5년 단임제’로 결정한 건 장기집권 방지라는 시대정신의 반영이었다. 집권 여당인 민정당은 6년 단임제, 야당인 통일민주당은 4년 중임제를 각각 제안했는데 5년 단임제로 절충됐다.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5년 단임제는 1노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87년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차기는 내가 하겠다”는 욕망이 담긴 타협의 산물이었다.

2000년대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권력구조의 경우 ‘대통령 4년 중임제(연임제)’라는 국민적 합의에도 매번 불발됐다. 여야는 너무 유불리를 따졌다. 이재명 정부도 최근 개헌카드를 꺼냈다. 다만 현 단계 개헌 논의는 불필요하고 불가능하다. ‘5년 단임제’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제도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임기 일치 문제 난항…최악의 경우 장기집권 폐해

개헌을 좁게 해석하면 권력구조 개편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경우 국회의원 4년 임기와의 엇박자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여야와 국민의 공감대는 늘 ‘대통령 4년 중임제’다. 다만 이는 구조적인 걸림돌이 있다. 바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불일치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다.

총선·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진 2012년을 예로 들어보자. 그해 4월 19대 총선이 실시됐는데 대통령 임기를 맞추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이 아닌 2012년 4월에 물러나야 했다. 그해 12월에는 19대 대선이 실시됐는데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려면 18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12년 5월이 아닌 이듬해인 2013년 2월까지 늘어나야 했다. 현직 대통령 스스로가 임기 1년을 단축할 리 없고 국회의원의 임기 5년에 동의할 국민도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의 치명적 결함이다. 첫 4년 임기에서는 재선을 고려해 포퓰리즘이 판칠 수밖에 없다. 재선 4년 임기는 차기 출마 봉쇄로 여론에 아랑곳없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는 장기집권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4년 ‘희대의 사사오입 개헌’에 따른 ‘중임 제한’ 예외 규정에 따라 56년 대선에서 3선 출마에 나설 수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63년·67년 대선 승리에 이어 71년 대선 출마를 위해 3선 개헌에 나섰다. 이밖에 승자독식과 지역주의라는 고질적 단점을 안고 있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역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일치를 조정해야 하지만 여야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첨예하다.

권력구조 개편은 맛보기…영토조항·기본권·토지공개념·경제민주화 ‘합의 난항’

일단 여야 합의가 가장 쉬운 건 헌법전문 개정이다.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은 여야의 공감대가 이미 만들어졌다. 다만 5.18에 대한 보수 일각의 반발이 여전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헌법전문 개정부터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나머지 세부조항은 합의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헌법 개정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다수결로 밀어붙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재적 3분의 2선인 200석 이상이 아닌 여야의 압도적 찬성과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사진=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개헌을 권력구조 개편만을 위해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헌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가장 논란이 첨예한 건 영토조항이다.

현행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광복 이후 남북 분단체제가 80년 가까이 고착화됐다는 점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영토조항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장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조정 여부가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 경우 보수층의 초강력 반발은 불가피하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이 영토조항에 ‘독도’나 ‘이어도’의 삽입을 요구할 경우 한일·한중관계가 너무나 복잡다단해진다.

경제분야에 주목하면 토지공개념 및 경제민주화 조항이 최대 쟁점이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두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한 ‘토지공개념’ 조항이 필요하다. 다만 이는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엄청난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의 강화, 현행 유지, 완화를 놓고도 갈등이 불가피하다.

기본권 조항 개정도 문제다. 헌법 11조의 “누구든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해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평등권 조항은 ‘다문화, 인종, 장애, 성소수자 차별 금지’라는 시대변화의 반영 과정에서 종교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이 우려된다. 이밖에 사형제 폐지, 여성징병제, 대통령 사면조항,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불체포특권 등도 막상 개헌논의를 시작하면 국가적 대혼란이 불가피한 ‘뜨거운 감자’다.

개헌 공감대에도 여야 공방…靑 부인에도 ‘연임 개헌’ 논란 걸림돌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정말 시대에 뒤떨어졌을까. 낡아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현행 헌법은 그야말로 ‘명품’이다. 87년 6월항쟁 이후 정치사회적 대타협과 합의를 통해 보수진보, 여야는 물론 국민적 합의를 모두 담아냈다. 부족한 점이 적지 않지만 아직 쓸만하다. 무엇보다 5년 단임제의 장점은 최고 권력자의 장기집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헌법의 모든 단점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다시 말해 “최고 권력자를 내 손으로 뽑은 국민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나 5년 후에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1년여가 흐르면서 산발적 개헌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연임 개헌과 관련,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의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하며 혼선을 키워지만 방점은 개헌 필요성이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책임 강화와 권한 분산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의 골프회동에서는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여야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개헌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못박았다.

대통령, 국회의장, 집권여당 대표 모두 개헌을 거론한 셈이다. 과연 개헌은 가능할까. 현 시점에서 최대 걸림돌은 ‘연임 개헌’ 논란이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헌법 128조 2항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야당과 청와대의 유치한 핑퐁게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개헌의 전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불가’ 선언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에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나”라고 일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단계 개헌 논의는 조정식 국회의장의 ‘연임 개헌’ 발언 논란으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라는 국가적 중대사와 8.30 개각 후폭풍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개헌 논의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여야의 극단적 대결구도를 고려할 때 8년짜리 제왕을 뽑는 것이다.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5년 단임제를 바꿀 이유는 없다”고 강조한 뒤 “주의할 점은 헌법전문 수정이나 권력구조 개편 등 일부만 개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것부터 먼저 하면 습관성 개헌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헌법은 그렇게 자주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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