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불법조업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작년 실형 '0건'

전재욱 기자I 2016.11.02 13:10:00

배타적경제수역 불법 어로행위 최고형이 벌금형
국회 벌금으로 피해 어민 지원추진..노역 선택 많아 실효성↓
"징역형 벌금형 함께 부과해야 불법 어로 근절 가능"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나포된 중국어선단이 지난달 12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부두에 묶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중국인 선장 Z(38)씨는 지난 7월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에서 꽃게 50㎏을 어획했다가 붙잡혔다. 해당 수역은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이라서 엄연한 불법어업 행위였다. 법원은 “중국어선의 불법어로 활동으로 국내 어민의 피해가 크다”면서도 실형 대신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하루 일당 10만 원(씩 노역장에 유치하기로 했다. 올해 중국 1인당 국민소득이 8261달러(IMF 통계)인 점을 고려하면 후한 일당이다.

지난해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외국선원 전원이 실형 대신 벌금형을 받고 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싶어도 법률상 법정최고형이 벌금형으로 묶여 있는 탓이다.

◇ 작년 불법조업 中어선 67건 모두 벌금형

2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 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경제수역어업주권법) 위반으로 기소돼 선고가 난 사건(1심 기준) 329건 가운데 벌금형이 317건으로 대부분(96%)를 차지했다. 벌금형 외에 유기징역 8건, 집행유예 1건, 기타 3건 순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선고가 난 67건은 전부 벌금형이었다. 2014년에는 55건 가운데 52건, 2013년 88건 가운데 81건, 2012년은 83건 가운데 82건, 2011년은 36건 중 35건이 벌금형이다.

경제수역어업주권법의 법정 최고형이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어서 실형을 선고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어선의 횡포가 심해지자 정선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2012년 법을 강화한 게 전부다.

개중에는 유기징역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도 있지만, 경제수역어업주권법 외에 추가 혐의가 적용된 예외적인 사건이다.

불법조업 단속을 나온 우리 해경을 물리적으로 위협한 사건이다. 야금야금 불법조업만 계속하면 다시 적발돼도 벌금만 내면 그만인 셈이다.

배타적경제수역이 아닌 영해에서 어로행위를 하면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어서 처벌이 무겁다. 그러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얼마든지 불법어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해까지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다. 영해 침범은 적발 건수도 많지 않아서 선고(1~3심) 기준으로 지난해 14건, 2014년 18건, 2013년 16건뿐이다.

◇ “돈없다” 中선원 벌금 대신 노역 택해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불법조업 외국인 선원에게 선고한 벌금을 거둬서 피해 어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준비 중이나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커보인다. 대다수 중국선원들이 벌금 납부 대신 노역을 선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벌금형과 징역형을 함께 부과하는 등 경제수역어업주권법을 개정해 법정 최고형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가 20대 국회에 발의한 경제수역어업주권법 개정안은 법정최고형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전부다.

양승조 새누리당 의원은 “불법어로 행위를 하고 단속에 저항하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근절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벌금형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실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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