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대중 무역적자는 △이차전지(배터리)·반도체 등 중간재 무역수지 악화 △디스플레이 등 생산 감소 △RCEP 따른 관세 인하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가전 관련 품목은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했다. ‘기타무선통신기기부품’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수출액은 18억2000만달러에서 1억8000만달러로 약 90% 감소했고, 수입액은 7억3000만달러에서 3억1000만달러로 57%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경기 악화로 인한 소비감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의 세계 교역 수치는 크게 변동이 없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봉쇄조치로 한국과의 교역에서 가전 등 소비재 교역이 급감하고 있다”며 “이번 무역적자는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은 줄고, 중국의 대한국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산업구조 변화가 양국 교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1일 발효된 RCEP도 대중 무역 적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RCEP 발효로 양허 상품 품목 중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수입이 증가해 상반기 수입액(11억7000만달러)이 지난해 전체 수입액(5억6000만달러)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기간 중 5월 수입액은 2억9000만달러, 6월 수입액은 4억8000만달러였으며, 그 규모는 각각 5, 6월 전체 무역적자액의 26.9%, 40.3%에 달했다.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관세율은 한중 FTA를 통해 5.5%에서 0%로 낮아졌지만 큰 수요가 없다가 RCEP 발효 및 공급망 재편, 단가인상과 겹치면서 금년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
보고서는 한중 FTA는 양국의 수출과 수입에 이익 균형점이 잘 맞았던 반면에 RCEP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에 맞물려 단기간에 수입이 늘어난 결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하반기 소폭 경기회복을 전망하고 있는 한편 장기적으로 중간재 공급망 다변화, 물가 안정, FTA 활용도 제고가 어렵다면 중국산업의 경쟁력 상승과 더불어 교역구조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 무역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대중 교역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