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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이 길어지면서 간호사와 의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지난 3일 남편의 폐 수술을 위해 청주에서 온 연모(70)씨는 “원래 2월 23일에 수술하기로 했는데 의사가 없어서 무기한 연기됐다”며 “이틀 전 1~2명은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서 급하게 입원했다”고 말했다. 수술 소식을 기다리며 휴대전화 화면를 거듭 확인하던 연씨는 “제발 의사랑 정부가 잘 타협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없게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암 수술을 받은 뒤 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한모(63)씨는 “지금 병동은 보호자도 못 들어와서 손길이 많이 필요한데 의사나 간호사가 부족하다”며 “검사 하나를 받아도 2~3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김모(21)씨는 생후 80일 된 딸의 소아신경외과 진료를 예약하고 한 달 만에 이곳에 왔다. 딸 아이를 안은 채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그는 “(대기가) 길면 반년씩 기다리기도 하는데 어쩌겠는가”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3년 넘게 전북 남원시에서 이곳을 오가고 있는 간모(42)씨는 “우리는 예약이 돼 있었고 평소보다 사람이 적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면서도 “수술이 급한 부모는 너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 남은 의료진은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피로를 호소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외상외과 의사는 “전공의는 전혀 안 돌아왔다”며 “앞으로 1~2주는 버틸 수 있겠지만 업무 과부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60대 교수님들도 매일 당직을 선다”며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지만 전공의나 펠로우(전임의)가 없으니 변하는 게 없다”고 했다. 같은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는 “지난달에 전임의가 17명 있었는데 입대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많이 떠났다”며 “잘 돌아가던 곳인데 갑자기 이렇게 돼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의사도 “전임의는 아직 있지만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힘들어도 젊은 친구들을 이해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총 8945명(전체의 72%)이다. 이 중 복귀한 전공의는 696명 수준이다. 이들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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