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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총 5조7100억원이 참여했다. 작년 1조원이 넘는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할 때 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도 작년 11월에는 네 곳에 그쳤지만 올해는 15곳으로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연말은 기관투자자들이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둔 시점으로 회사채 시장도 사실상 문을 닫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해는 가장 마지막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한화생명보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모이는 등 막판까지도 넘치는 수요가 이어졌다. 지난 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SK텔레콤(017670) 역시 ‘AAA’라는 막강한 신용등급을 내세워 3년물 700억원 모집에 7300억원이 몰리는 등 10.4대 1이라는 연말이라고 보기 힘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채 시장이 연말까지도 북적였던 데에는 올해 드디어 시작된 금리 인하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마침내 단행하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낮추는 등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는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 나오는 투자처 찾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곳에 주문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화생명 후순위채 같은 경우는 원하는 수준의 물량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올 4분기 회사채 총 발행액은 14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 약 7조였던 것과 비교할 때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직전 분기인 3분기 발행액인 13조1318억원 역시 뛰어넘었다.
내년 역시 미국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회사채 시장의 인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매년 연초에 기관 자금이 몰리는 ‘연초효과’도 변함없이 강한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언과 해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정국 혼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 금리인하 변동성 확대 등은 회사채 시장의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경기 하방 압력 우려가 커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부담 요인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하락하는 환경은 채권 시장 입장에선 우호적”이라면서 “특히 국고채 하락세가 거세진 상황에서는 크레딧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