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비금융권도…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안혜신 기자I 2024.12.10 13:00:00

[2024 회사채 결산]⑤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공모채 발행만 11조원
비금융 기업 발행도 작년 두 배 넘어
부채비율 부담없이 자본 확충 가능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올 한해 회사채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공모·사모 합계)는 5조6499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6일까지 11조892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발행 기업 수 역시 47곳에서 81곳으로 늘었다. 올해 공모채 중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지난달까지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후순위채 발행 규모 역시 4조원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올해 공모채 시장에서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11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채권이지만 만기가 일반적으로 30년 이상으로 길다. 따라서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부채 비율을 낮추면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요긴한 자본 조달 방법인 셈이다.

그동안은 주로 국내 금융사, 그중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활발했다. 특히 올해는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만 5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영향으로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을 높여야 하는 압박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 부채비율 관리 압박이 높아진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몰렸다. 11월과 12월 두 달간 롯데손해보험, 교보생명, JB금융지주, ABL생명, 한화생명 등이 자본성증권 발행을 계획하고 줄줄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정원하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자본적정성 관련 규제 강화로 전반적으로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증가했고, 금리 인하 등으로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보험사들은 각 사의 자본적정성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특히 금융권이 아닌 비금융 기업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 들어서 지난달까지 비금융 기업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4조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1조7115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들 역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채비율 관리가 필요한 곳이 대부분이다. 올해 비금융 기업 중 가장 먼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CJ CGV를 비롯해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식품, 이마트24 등 모두 업황 부진 등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곳들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자본성증권은 (기업 입장에서) 금리 부담이 높긴 하지만 재무구조 보완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면 지분 희석이 없는 자본 확충 수단”이라면서 “올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일반 기업은 대부분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곳”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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